카페라떼.
커피보다 하트 때문이다. 우유로 그려 넣은 하트를 보면 괜히 선물 받는 기분이어서 마실 때까지 하트 모양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언젠가 함께 한 지인에게 한 모금 권한 적이 있다. 내가 입을 댄 반대쪽으로 마시도록 권했는데 그만 하트가 부서지고 말았다. 그 이후, 그런 인심은 삼가고 있다.
자주 가는 카페사장님은 여자인데 솜씨가 좋아 보인다. 인테리어 구석구석 손으로 꾸민 흔적들로 가득하다. 봉제인형, 손뜨개 탁자보, 그림, 자수액자 등등. 제 때 꽃을 피우는 나무들조차 예사롭지 않다. 나는 그녀의 솜씨보다 맘씨에 관심이 기운다. 그녀는 라떼에 하트는 물론이고 그 위에 '복 25'를 멋지게 그려준다. '올해의 복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잔을 받아 들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미사를 드리고 나오는데 눈이 내렸다. 오랜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듯하다. 둥실거리는 마음으로 지인들과 카페로 향했다. 그곳에 가면 망설임 없이 주문하는 따뜻한 카페라떼. 오늘은 하트 위에 'merry christmas'가 새겨져 있다. 와~! 사장님의 센스가 감동이다.
사진을 남기고 한 모금 마신다. 음~, 행복한 성탄이다. 안 써 준다고 탓할 사람도 없으련만, 그녀의 글씨와 맘씨를 생각한다. 하루에 몇 번이나 쓸까. 복을 빌어주는 그녀의 마음은 복으로 가득하겠지. 문득, 법정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실질적인 선행을 할 때 마음이 맑아진다." 선행을 통해 탁한 마음이 정화된다는 말일까. 아니면 세상과 선순환되어 좋은 기운이 들어온다는 걸까. 맑아진다는 말에 유독 마음이 끌린다. 당사자인 사장님은 그걸 선행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것이지만 내겐 선행처럼 느껴진다.
선행은 크고 작은 걸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을 때 더 아름답다. 글자 하나에 뭐 그리 과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녀의 친절 때문에라도 마구 떠들고 싶다.
저녁에 그림일기를 썼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메리크리스마스 라떼다. 펜으로 드로잉하고 색연필을 사용했다. 그림은 실재와 다르지만 기억을 저장하는 데는 모자라지 않다. 오늘 함께한 지인들과 카페 사장님의 미소까지 줄줄이 따라온다.
우리가 엉덩이 무겁게 앉아 있는 동안 다른 좌석의 손님들이 물갈이되었음을 알아채고 일어섰다. 마침 반납대에 서있는 사장님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너무 멋졌어요. 감사해요." 하며 엄지 척을 했다. 인상 좋은 그녀의 얼굴이 미소로 더 환해진다.
좋은 말씨가 내 재능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