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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현 김미숙 Jul 05. 2024

말라카를 떠나며

말레이시아-말라카

뭔가 따뜻하고 포근한 것을 남기고 떠나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혼자 여행하면 불안을 느낀다는데, 익숙해서인지 모든 집이 내 집처럼 편해 잠도 푹 자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니 이것이 나의 행복감이리라.  말라카는 한 장소에 관광지가 몰려있고 강변을 따라 예쁘게  꾸며진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풀어놓게 한다. 말라카를 떠나면 거실에 바라보이는 그림을 못 그릴 것 같아  그림을 그려본다. 그림을 그리고 보니 걸작은 아니지만 흐뭇하다. 비록 1000원짜리 도구로 그려진 그림이지만 이 그림들을 보면 말라카의 모든 기억들이 상기될 것이고, 그림을 그리다 보니  그림에 담긴 뜻이 깊게 다가오며 사람들을 바라보는 조그만 동물이 익살스럽다.

내일 말라카를 떠나니 오늘은 마지막 말라카의 향기를 맡으리라 다짐하며 길을 나선다.

오늘 마지막 코스를 술탄 박물관으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너무 더워 길에서 벗어나 백화점을 통과해 가는 도중에 용놀이 공연 대회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여럿이 한 팀이지만 두 사람이 대표로 용탈에 들어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성패가 좌우되나 보다. 심사위윈들이 돌아다니며 채점하고 합산 후 자기의 점수를 들어 올리는 식이었다. 공연하는 사람들이 학생들인 것처럼 그들 모습이 어리다. 개인적으론 노란 용이 좋았는데 흰색용의 점수가 높은 것 같다. 무대장치를 반으로 나누어 한 팀이 끝나며 바로 치우고, 바로 다른 팀이 일사불란하게 공연할 도구를 전시해서 시간낭비도 없고 효율적이었다. 항상 축제 때 사용되는 용탈춤들을 이런 경연대회를 통해서 선출하나 보다.

백화점 밖으로 나오니 전에 보지 못했던 요새가 나온다. 이제는 흔적만 남은 곳에 대포를 앞에 두고 사진들을 찍는다. 언제나 전쟁은 사람들의 희생과 파괴를 흔적으로 남긴다. 후손의 사람들은 전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사진 찍느라 바쁘다. 파란 하늘에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은 배경이 되어 후손들을 맞이한다.

군데군데 많은 유적지들이 모여있었다. 나는 오늘 목적지인 술탄 박물관 앞으로 갔다. 못 하나 없이 목재만을 이용해 설계했다는 말라카 술탄 팰리스 박물관에 20링깃을 주고 들어간다. 어떻게 이 거대한 집을 못하나 없이 지었을까? 외부에서부터 기품이 느껴지며 정원도 잘 꾸며 놓았다.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니 그들의 복장과 생활모습 그리고 왕실 의상과 술탄의 침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왕의 허락 없이는 왕비도 술탄의 침실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단다. 아마 왕의 목숨이 위태로울까 봐 그러는지 규율도 엄하고 죄인들을 처벌하는 모습도 곳곳에 나열되어 있었다.

그당시에도 그들 나름대로 법을 세워 신의 심판인양 처벌하는 모습은 지금과도 비슷해 아이러니하다. 누가 심판자일까? 인간들이 권력자 편의에 맞춰 정해진 심판의 잣대로 잔혹하게 처벌하는 장면은 과거나 현재 모두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슬프고 잔인한 일이다.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을 나와 유명한 화가의 가게인 오랑우탄 하우스를 찾아 나선다 다행히 강변의 벽화거리와 같이 붙어있었다. 라카 출신 찰스 침의 아트 shop으로 건물 외벽에 오랑우탄이 그려져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아티스트답게 많은 도안이 눈에 띈다. 너무 그림이 멋있어서 말라카를 기념하기 위해 45링깃을 주고 오랑우탄 티하나를 구매했다. 그리고 양해를 구하고 티에 그려진 독특한 그림들을 모조리 사진에 담는다. 원시적인 듯 하지만 귀엽게 그려지는 화가의 미술품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였다.


야경을 즐기려고 했으나 체력관계로 생략은 했지만 머리 구석구석에 남겨진 말라카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오래 남을 것이다.

아쉬운 건 첫째는 발마사지가 독이 되었는지 아픈 다리가 거의 나은 줄 알았는데  통증이 느껴져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픈 다리를 더 자극해서 역효과가 났나 보다. 마사지 많이 받으려고 말레이시아에 왔는데 아쉽기는 하지만 덕분에 돈이 절약되었다.  

둘째는 수영장을 마음속으로, 눈으로만 즐겼다는 것이다. 수영복도 가지고 왔는데 한 번도 들어가지 않고 바라보기만 하였고, 자기 관리가 잘 되었더라면 매일 운동이 되었으련만 나의 나태함이 조금 아쉽다.

자라나는 내 손톱과, 경계를 이루는 내 흰머리의 길이만큼이나 날짜는 휙 휙 지나가고 있고 이제 또 다른 도시로 돌아갈 시간이다. 나에게 오늘도 축복과 감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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