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보다가
즐겨보는 연예인 유튜브 채널이 있냐 하면 김나영 노필터 티비, 이영자 티비, 안녕하세요 최화정 티비, 추성훈 채널, 그리고 요정재형!
정재형 하면 까탈스러운 음악가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이 채널의 영상을 보다보면 그런 그의 세심함이 대화의 감도를 굉장히 깊고 센스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파고드는 그만의 니치한 취향이 대화에도 묻어난다고 해야할까? 영상은 평균적으로 한시간을 웃도는 길이인데, 아마 많이 편집 되었겠지만 그럼에도 이 긴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하는 그의 스킬은 결국 대화하는 사람과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끈다.
몰입하는 대화는 즐겁다. 나도 대화를 좋아하지만, 그의 영상을 오늘은 꼭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간혹 나만 몰입하는 대화를 할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화의 좋은 교재를 본 것 같아서 더 인상깊게 봤던 것 같다.
그의 스킬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 딱 뭐라고 설명할진 모르겠다. 다만 그의 집에 들어가면 입구부터 좋은 향수를 뿌려두고, 손님을 생각한 음식을 차리고, 대화 흐름의 중심엔 손님의 필모그래피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피아노도 연주해준다. 아마 그건 “초대한 손님을 잘 대접하려는 마음”에서 출발한 진정성이 아닐까? 그가 꼼꼼하게 시간을 들여 촘촘하게 레이어를 쌓은 컬처 스킬을 한 사람을 위해 총동원한다는 것 자체가 참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스트의 넓고 깊은 정성을 대접 받으면 그 누가 깊은 이야기를 쏟아내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이 모든 대접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그의 태도를 통해 더욱 빛난다. 그는 오래 쌓아온 그의 삶의 교훈들과 시선을 통해 상대와 공통점을 찾고 때로는 어른으로, 때로는 동료로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한다. 까다로운 음악가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경험해냈을 그가 결국 그의 삶을 통해 누군가를 응원한다. 그의 그런 이미지가 이 대화를 더욱 즐겁고 풍부하게 만든다는 역설. 말하다 보니 나도 정재형의 대화스킬을 멋드러지게 표현해보고 싶어졌는데, 그는 타인의 삶의 미쟝센을 알아봐준다.
영상은 늘 손님을 핸드폰 카메라로 작별인사 하면서 마무리 하는데, 이 또한 영상의 한 재미인 것 같다. 이 구성은 정말 즐겁고 소탈한 대화의 장이였다는 느낌을 준다. 어떤 대단한 사람과 아름다운 대화를 격조있게 나누었다가 아니라 사람 대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구성이 정재형 답다는 생각이 든다.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그게 그의 삶 그 자체라는 것이 부럽게도 한다. 뭐 어때 나도 30년 뒤에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부러워만 하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
영상을 보고 감상이 들어 두서없이 썼는데, 나도 누군가한테 요리를 대접하고 저런 대화를 나누면서 귀한 시간을 만들며 살아가고 싶다는 로망이 생긴다. 그럼 내가 지금부터 할 수 있는건... 요리 배우기? 아무튼, 요즘은 삶이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영상을 보니 미식과 대화를 즐기는 프랑스 빵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