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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 Nov 12. 2024

12. 응원은 하지만 응원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소리꾼은 아니니까. 다행이야

간질간질 목을 무심코 넘기고

뽈뽈 돌아다니고 코인 노래방을 즐겨버렸더니

목이 집을 나갔다.


거의 속삭이듯 말할 수밖에 없는

슬픈 데시벨의 나를 보고

어쩌다 그러냐며 병원에 보내주셨다.

(정말 따뜻한 상사 아니신지..ㅜㅠ)


급히 연락해놔야 하는 일들을 위해

가오나시와 친구 먹을 수 있을 거 같은

슬픈 목소리로 (아마 수화기너머로 깜짝 놀라셨을 것이다. 그래도 용건은 야무지게 여쭤보았다.)

통화를 마치고 또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 통화를 하는데

목이 아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료를 받고 진단명은 인두염

오랜만에 보는 청진기로 청음 하시더니

상황, 목소리 듣고 진단이 내려져

제야의 화타신가 하고 기뻤다.


스트렙실이 효과가 있을까요?

하고 약국에 여쭸더니

어우 목이 많이 잠기셨네요 하며

친절히 먹을 양약을 추가해 주셨다.


약국도 병원도 화타를 만나

든든한 마음으로 복귀했다.



신체적 질병에 반해

오늘 하루는 다행히 이것저것 잘 마무리되었고

그래도 직접 해결할 수 있어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했다.

(좀 더 확인하고 확인하는 과정들이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그래도 알차게 시간을 쓴 외근과 한 번에 탄 퇴근길 지하철, 그리고 따뜻하게 반겨주는 가족과

고생했다 다독이는 좋은 친구가 있어

이만하면 좋은 하루라고 생각한다.



오늘치 행운도,

오늘치 행복도.

올 거라고 믿고 열심히 임해야겠다.


내가

정년이처럼 소리꾼은 아니니까

(정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을 단단한 사람이다.)

그것도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그리고 불쌍한 목소리라 그래서인지

묘하게 통화하게 되면 (다들 불쌍히 여기시는지) 친절하신 느낌이라 오히려 좋다.

그래도 나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약도 물도 열심히 먹고 마셔야겠다.


다들 현대판 인어공주가 되지 않게

목을 아껴주시길!


어쨌거나 결론은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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