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았는데.
5명이 아파 보인다면 그런 거겠지.
결국은 수액을 맞았다.
열한 시쯤 기절잠을 자다
아침 4시~5시에 깨다 보니
피곤한가? 싶기는 했었다.
단지 마녀가 뺏어간 목소리를 찾은 듯
목소리가 나왔고
그렇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것저것 우다다 할 일을 해내고 있었는데.
점심시간 마주친 사람들마다
안부를 물어왔다.
안색이 창백하다는 둥 웃음기가 없다는 둥
부었다는 둥 가지각색을 들으며
수액이라도 맞고 푹 쉬라고 했다.
본디 쉬는 것이라는 건
하고 싶었던 걸 (미뤘던 집안일 내지는 예정된 약속) 하는 것인데
상태가 이래서야 안 되겠다 싶었다.
내 안에도 판사님이 계신지
끊임없이 열이 펄펄 끓고 실신한 거 아니면
굳이 필요한가? 라며 태클을 걸었고
그건 그렇지 하며 견뎌보려던 차
너무 피곤해 보인다 수액 꼭 맞으라는 말이
음 객관적으로 굳이 여럿이 아파 보인다는데
무시하며 미적대는 꼴이 되니
마침 외근일정으로 시간이 뜬 김에
주변 병원에 사정하여 맞은 것이다.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
돈 벌러 가야 한다는 슬픈 말에 이입하셨는지
간호사님도 최선을 다해 주셨고
감사히 잘 맞고 외근일정 소화 후 출근하게 되었다.
30여분의 짧은 찰나라도 쉬라며 불을 꺼주신 간호사님의 마음 씀씀이에 좀 더 아팠더라면 눈물을 흘릴뻔했다.
막상 끝나고 터덜터덜 나와 가는 길.
누가 보면 엄청 열심히 사는 줄 알겠다며 자조하곤 했다.
단지 나의 나약함이 아니라
나의 면역럭이 조금 힘들어하는 상황이고
환절기엔 크게 앓곤 하는 딜레마의 반복이려니, 생각했다.
그래도 외근덕에 수액도 맞아보고
친절한 의료진의 케어로 맘도 따뜻하게 시작하는 하루다.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
힘내서 오늘도 잘 마무리해 보자,
화이팅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