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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르 5시간전

19. 눈물젖은 국밥

수분 손실에는 따뜻한 국물 요리를.

주말이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글을 쓸 여유가 없었는데

무사복귀했음을 전한다.

(기다려주신 분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ㅎㅎ)


 오늘은 주말임에도 체세포에 새겨진 직장인의 생체리듬은 기어이 6시도 못되어 눈을 뜨고 말았다.

 오전에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고

겸사 때를 기다리던 빚을 청산하였는데

실질적인 금전적 빚이라기보다는

마음의 빚이었다. 지난 지질했던 과거의 부산물이랄까


자세한 건 민망해서 밝힐수 없지만

방황했던 지난날,

나를 일으켜 세워준 자극이자 기폭제였던

무서운 세상이고 겁이 나든 말든

다시 일해야만 할 계기를 주신 분께

(대개는 우려 섞인 고나리지만 실질적으로 직업교육의 기회를 주셨다)


직접적인 관계가 아닌 건너 건너 아는 분이지만

그분께 속사정을 들킨 창피함과

그렇게나 내가 심각한 상황이구나 하고

어영부영 살던 퍼진 나의 머리통을

그야말로 별이 보이게 내려쳐주신 귀한 분과

그분과 나의 사이에 가족이 끼어있어

그런 소리를 듣게 한 내 가족에게 창피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어지간한 마음으로는 떳떳이 내밀 수없기에

좀 더 절박하고 미래를 고민하며 고뇌한끝에

지금의 직장에 취업하고

집안도 내 내면도 모두 제자리를 찾은 듯 평온하다

친척들 앞에서도 내 일을 사랑하노라 우리 회사가 너무 좋다며 주접을 떨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겨울 옷을 보다 생각나 고향의 아버님옷을 고르던 중 그때 수치심과 감사함을 동시에 주셨던 그분이 생각나버린 것이다.


벌써 3년도 전의 일로 굳이 감사표현을 해야 하냐며

오버다 싶어 곤란해했던 가족에게


오늘 숨겼던 속마음을 끝내 표현하며

눈물을 흘렸더랬다.

생각보다 자존심히 강한 나는

나 스스로가 창피했던 것보다도

내 가족이 나 때문에 누군가에게 그런 소리를 듣게 한 점이 너무 죄책감도,

언젠가 잘되어 보란 듯 갚아주리라는 오기도 있었다고

그래서 이건 내 빚이니 환불 못한다고 못 박았다.


가족은 당황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상처였다면 미안하다고

나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생각보다 울음이 길고


대강 감정을 갈무리한 뒤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 찔끔이지만

마음만은 굉장히 편안하고

개운하고 뿌듯하기까지 하다.


나도 온전히 나를 몰랐다는 것


생각보다 가족에게 받는 쓴소리라거나

비난은 더 깊이 박히는구나 하고

스스로가 많이 힘들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저 울었다.


어른스럽다는 건 뭘까

평소 타인으로부터 어른스럽다

생각이 깊다는 둥 사람을 잘 챙기는 비법이 뭐냐 어떻게 그렇게 챙길 수가 있냐 등등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썩 괜찮은 어른인 줄 알았다.


그들이 말했던 것처럼

일을 규모 있게 처리하고

남들과 잘 지내며

필요시 상황을 이끌기도 하는 나지만

그래도 아직은 과거에 붙잡혀

울컥 울고 마는 자존심 강한 어린애인가 보다


이렇게 알게 모르게 한 꺼풀

눈물로 앙금을 씻어냈으니

오늘부터는 또 비 온 뒤 땅이 굳듯

무지개가 뜨고

나는 좀 더 나를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약점이 있다고들 한다.

나는 나의 약했던 부분을 알았고

어쩌다 보니 해소했으니

이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닐까!


남은 하루는 더 행복하겠지.


다들 좋은 주말을 보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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