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싫습니다만,
인사 발령일 전에 의례적으로 새로운 배치 부서로 가서 인사를 한다. 이번 인사에는 면장님과 나, 딱 두 명만이 바뀌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찾아간 면사무소. 아는 직원 하나 없는 그곳에 도착해서 어색하게 인사를 한다. 소심하게 곁눈질로 사무실을 한 번 훑어본다.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이곳 젊은 직원들. 요즘은 mz세대라고 해서 개인주의적인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데 여기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색한 자기소개와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면사무소를 나온다. 내일부터는 이곳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아직도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
면장님이 바뀌었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났는지 오시는 손님들마다 새로 오신 면장님을 찾는다. 면장님은 자리에 앉을 시간이 없어 보인다. 나도 면장님과 같이 세트로 인사를 한다. 내 평생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해본 것은 처음이다.
"안녕하세요. 이번 인사로 발령받은 부면장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임자도 여자 부면장이었지만, 그녀보다는 내가 한 살이 적다. 사람들은 부면장으로 또 여자가 온 것에 대하여, 그것도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에 대하여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 앞에서 대놓고 이야기를 못하지만 나를 썩 반기는 느낌은 아니었다.
"저번에도 부면장이 여자던데, 이번에도 여자네"
"나이도 어리네. 요즘은 이렇게 어린 직원들이 부면장이야"
나와 발령동기인 면장님은 연령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면장 하기에는 듬직한 면이 있는데, 나는 고작 43살이다. 공직생활 20년을 했다지만 그건 내가 일찍 공무원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도 부면장 하기 싫다고 일일이 그들에게 설명할 수는 없다.
저도 제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