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아있는건 기적이야>

by 진다르크

몇 주 전, 애견유치원에 맡긴 팝콘이를 찾으러 간 후, 아이를 안고 집 근처 신호등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만치 팝콘이가 이쁘다며 혼잣말하시는 중년 여성에게 눈길을 돌리고 신호가 바로 바뀌자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데 갑자기 좌측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나에게 클락션을 여러 번 울리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거의 치일 뻔했으나 가까스로 비껴갔고 나는 놀란 마음을 달래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빨간불인데 저렇게 신호도 안지키고 달려온다고? 그런데 신호등을 다시 보자 신호가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신호가 바뀐 줄 알고 건너간 것이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황당하고 기가 찼다. 순간 귀신에 씌였나? 난 분명 신호가 바뀐 줄 알고 건너간 것인데 정말 하마터면 오토바이에 팝콘이와 나 둘 다 치여 사고를 당할뻔했다.


놀란 마음을 쓸어내리며 가까스로 집에 도착하며 생각했다. 오늘 내가 죽을뻔했구나. 다행히도 무사하구나. 살아있구나. 복기해 보면 오늘 같은 날이 여러 번 있었다. 갓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다닐 무렵, 야근을 마치고 동료 교사와 전철역으로 향하던 길이였다. 그날은 장대비가 쏟아졌고 선생님과 나는 우산을 쓰며 내리막길을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내려오던 화물차가 나를 순식간에 치고 말았다. 쓰고 있던 나의 우산은 멀리 날아갔고 옆에서 고함을 지르며 동료 교사가 달려왔다. 그 후, 나는 뇌진탕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에 입원하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걱정되고 대체교사가 없었던지라 나의 몸 상태는 돌보지 못하고 이른 퇴원을 했었다.


두 번째 일도 저맘때의 일이다.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 들뜬 마음으로 작은 중고차를 구매했다. 같이 연극했던 동기 집으로 향하던 길이였고 일산이었던지라 다소 거리가 멀어 긴장되는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그런데 유턴을 하다가 맞은편 차와 충돌이 있을 뻔했지만 다행히도 상대방 차가 간신히 방향을 틀어 사고를 면했다. 차 문을 내리고 나에게 연신 욕을 퍼붓는 아저씨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고개를 여러 번 숙였다. 놀란 마음에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그 후로도 미숙한 나의 운전 실력으로 접촉사고가 몇 번 더 있었다. 큰 교통사고는 없었지만 죽을뻔했던 아찔한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하루 교통사고로 인한 평균 사망자 수는 5명이며 부상자 수는 318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뉴스를 통해 정말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시고 심지어 자연재해로도 목숨을 잃는 것을 접할 수 있다. 삶은 탄생과 죽음으로 이루어져 오늘 하루도 수많은 탄생과 죽음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죽음의 확률 속에서도 무사히 살아있고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코로나 시기였을 때, 심한 위궤양을 겪어 잘못하면 위천공이 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잠을 자는데 몸속 장기들이 뜨거운 불에 타들어가는 고통을 생생하게 느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혼자서 응급실을 향하는 동안 아, 이러다 죽겠구나. 죽음의 고통은 이러한 것일까. 나 이러다 죽는 걸까, 심정인 고통이었다.


나는 항상 죽음을 생각한다. 메멘토모리. 죽음을 생각하면 내가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무사히 보낸 오늘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를 더 깊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욕심이 생기다가도, 분노에 휩싸이다가도, 유혹에 빠지다가도, 주눅이 들다가도, 그래, 인간은 모두 죽을 텐데, 어차피 죽을 텐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한 번뿐인 인생 늘 감사하며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우리가 지금 살아있는 것은 기적이다. 두 발로 걷고, 포근한 침대에서 잠을 자고, 집이 있고, 맛있는 것을 먹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이 수많은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기적이고 감사한지 모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평온하게 글을 쓸 수 있음에 감사하다. 친구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강아지와 산책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내가 두 발로 걷고 잠을 잘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하다. 아침에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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