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에는 귀신사라는 절이 있어요. 돌아갈 귀에 믿음 신속자 를 써서 믿음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를
지닌 절이에요. 한번은 그 절 을 방문해 주지스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날이 저물어 저녁 공양이 준비되자 주지 스님이
"제가 기도 한 번 하겠습니다" 하시는 거예요.
어? 절에서도 기도하고 밥을 먹나?" 의아했습니다.
스님은 손을모으시고 이렇게 기도를 하셨습니다.
"이 식탁 위에 있는 음식들은 저 멀리 태양의 에너지와 농부의 수고, 유통업자들의 노력, 이 더운 날 무더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노력, 이 모든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것은 음식이 아니라 우주의
에너지이고 사람들의 정성입니다. 이 음식을 먹고 마실 때마다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삶에 감사하게 도와주십시오." 마지막에는 살짝 눈을 떠서 저와 눈을 마주치시더니 미소 지으시며 "아멘" 하시는 거예요. 스님인데 말이지요. 그 만남이 10년도 더 된 일이라 그날 무얼 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하고 사실 스님의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그날 기도의 문맥은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 기도문은 제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김창옥, 지금까지 산 것처럼 앞으로 살건가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