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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이슬 Oct 02. 2024

시작이 반이다

정규직에서 프리랜서로, 경단녀에서 워킹맘으로

 퇴사 후, 다시 회사에 다니기는 어려울 것 같아 전공을 살려 기간제 교사를 해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둘째를 임신하게 되었고, 출산과 육아를 하다 보니 약 2년간의 경력상 공백이 생겼다.


남편이 있는 곳으로 이사 오면서 주변에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데다, 아이와 함께 집에만 있으니 힘들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남편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 온종일 말을 할 일이 거의 없었다. 지금이라면 커피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유모차 끌며 집 근처 산책도 하고,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했을 텐데 그땐 즐길 여유가 없었다. 차가 없어서 마음대로 여기저기 다닐 엄두도 못 냈다. 게다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몸도 마음도 더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 육아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추상적인 얘기만 들었지 모든 게 뜬구름 잡는 것 같았다. 간절히 바라던 아이가 태어났고 그래서 최선을 다해 양육하고 있었지만, 그냥 그게 다였다. 단순한 육아 선배가 아닌, 정신적인 멘토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돌보는 것에 서툴렀기에 힘들다고 느꼈다.    

 

 둘째를 출산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다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때 처음 시작하게 된 것이 과학관 생활과학교실 강사였다. 당시 내가 하고 싶던 일은 과학교육 관련 분야였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 수업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비상근직으로, 수업이 있을 때만 나가면 되었기에 어린아이를 키우면서도 할 만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커리어를 시작했다.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교생실습에서 실제 수업을 해봤지만, 막상 수업을 앞두고 긴장됐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수백 명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교육 행사를 진행한 경험은 많았어도 초등학생은 처음이었다. 수업을 한 시간 한 시간 하면서 아이들 앞에 서는 것에 적응했다. 한 학기 두 학기가 지나 4년 동안 생활과학교실 수업을 하게 됐다. 여러 지역아동센터와 초등학교들을 다니며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고, 그 앞에 서는 법을 익혔다.


 퇴사 후 전업주부에서 다시 워킹맘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생활과학교실 강사라는 멋진 출발 덕분이다. 시작만 해도 된다. 시작이 반 이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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