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2학기 기간제 교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수정했다. 이번 학기에도 집에서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요가와 줌바댄스로 오전 일과를 짜고, 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학부모 상담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국가 건강검진은 12월까지만 받으면 되니 예약 없이 적당한 평일에 가면 되겠다.
교육청 구인공고란을 클릭했다. 매일 뉴스를 검색하듯, 습관처럼 어떤 지역의 어떤 과목에 결원이 생겼는지 파악하고 싶은 마음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접속했다.
B 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뽑는다는 공고가 보였다. 근무시작은 개학한지 한달이 지난 어느 목요일부터. 특이해서 눈길이 갔다.
'지금 이 시기에?'
그 공고는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글이었다. 서류마감은 이틀 후, 근무는 나흘 후부터였다.
'이 학교도 엄청 급했나 보네. 구해지려나?'
오지랖 넓게 그 학교 걱정을 했다. 결원이 안 채워지면 같은 교과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보강 들어간다던데 힘들겠구나. 저 짧은 기간에 사람을 구할 수 있으려나.
고등학교는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한 학기 동안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 확률이 낮음을 경험했다. 정시 퇴근이 확실한 중학교만 생각했다.
통상적으로 3/1~8/31, 9/1~2/28, 3/1~2/28 이렇게 학기별로 끊어서 구인하는 편인데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괜찮은 기회일 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기간제 모집하는 글을 봤는데, 업무와 수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학교로부터 친절하게 답변을 받았다. 고등학교 교사 15년 차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다.
"음... 고3이긴 한데 지금은 거의 다 자습이라 크게 어려울 건 없어. 중간고사부턴 진도 안 나 가거든.
그 업무도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아. 네가 해볼 만할 것 같아."
학교 경험이 짧은 나로서는 수업과 업무가 감당 가능한 범위인지 파악하기 어려웠고, 친구와 여러 차례 통화하며 도전할 만한 범위라고 판단했다. 그날 밤 10시, 지원서를 메일로 보냈다.
이틀 후, 오전에 면접을 봤다. 오후에 합격통보 전화를 받았다. 대기실에서 인사 나눴던 다른 지원자 얼굴이 떠올랐다. 다시, 고등학교 기간제 교사가 되었다.
요가와 줌바댄스 수강취소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