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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이슬 Nov 14. 2024

3개월 기간제 교사, 수능감독관 되다

수능감독 1

작년 11월. 기간제 교사 3개월차. 

띵동. 교내 메신저로 쪽지가 왔다.


'제목 : 수능감독관 최종 명단'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일 년 중 가장 긴장되는 때는 바로 수능이다. 수능 한 달 전부터 선생님들의 대화 주제는 수능 감독관이었다. 내가 대화 나눴던 모든 선생님들은 수능 감독관으로 뽑히지 않길 간절히 바라셨다. 그리고 알고 계셨다. 당신들께서는 올해도 뽑히리라는 것을.


"선생님, 수능감독 들어가면 어때요?"

"아... 나는 갈 때마다 떨려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오 년 넘게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며 매년 수능감독관으로 다녀오셨던 한 선생님의 소감이었다.


수능감독관이 부담스러운 이유는 단 하나. 대학입시에 아주 중요한 시험. 없던 한파도 불러온다는 시험. 수험생들에게 너무도 중요한 시험이기에 혹시라도 내가 실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모의고사 감독 경험도 없는데,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명단이 발표되기 전부터 주변 선생님들은 나의 감독관 선정 여부에 관심을 가지셨다.


"고등학교 교사는 대부분 감독하러 가는 편이에요. 젊은 선생님들 위주라 선생님도 갈 확률이 높겠어요."

"보통 1년은 근무하고 수능감독 가거든요. 선생님은 아직 얼마 안 돼서 이번엔 안 갈 수도 있어요."


설마 했는데, 기간제 교사 근무경력 3개월도 채 안된 내가 수능감독관으로 선발되었다.


나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전을 응원하던 그 해 수능을 쳤다. 그리고 약 20년 만에 다시 수능 시험장에 가게 되었다. 내가 수험생일 때부터 약 20년 동안, 수능은 수험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만 생각해 왔다. 떨리겠다, 고생 많겠다, 힘들겠다... 그런데 내가 수능감독관이 되어보니 한 집단을 더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고사장이었다. 주거지가 아닌, 근무하는 학교 기준으로 배정이 되는데,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고사장일수록 좋은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다행히 나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집 근처의 고사장에 배정되었다. 야호! 이 정도 행운은 있어줘야지. 집 앞 고사장을 두고 가장 먼 고사장으로 배정된 옆자리 선생님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첫 관문은 잘 통과했다.


다음 관문은 감독관 사전회의. 수험생에게 예비소집이 있다면, 감독관에게는 사전회의가 있었다. 시험 전 날, 배정받은 고사장에 모여 매뉴얼과 안내사항을 전달받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나는 별도로 할 일이 있었다.

감독관을 '정'과 '부'로 나누는데, 아무래도 '정'의 역할과 부담감이 크다. 특히 1교시는 시험을 시작하는 시간이라 수험생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소지품을 걷거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등 감독관들이 할 일도 많아서 경력 많으신 분들도 살짝 긴장하는 시간이라고 들었다. 내가 그 시간에 '정'이 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사전회의 출석체크를 하며 해당학교 담당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읍소했다. 학교 근무경력이 아직 3개월도 안된다고, 모의고사 경험도 일절 없어서 '부'로 배정해 주시면 좋겠다고. 이건 나의 편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의를 위함이었다. 이미 정해진 건 바꾸기 어려울 거라고 하시면서도 내 신상을 메모하셨다.

'에라 모르겠다. '정' 되면 들어가서 부딪치는 거지 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이어지는 교육시간. 해당학교의 교감선생님께서 수능감독관 매뉴얼을 한 줄씩 읽으며 설명하셨고, 밑줄 긋고 별표치고 동그라미 하며 열심히 읽었다. 이어서 질의응답이 쏟아지며 두 시간 반이 훌쩍 지났다.

경력에 관계없이, 사소하지만 애매한 사례를 질문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안심이 됐다. 나만 떨리는 건 아니구나. 다들 긴장하고 계시는구나.

감독관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면 시험 당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한 이해가 필요했다. 그날 밤, 출력한 매뉴얼을 정독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의 행운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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