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고른 게 아닐 수도 있습니다

– 선택은 끝났고, 우리는 반응하고 있을 뿐이다

by 헤롤드 용

아침에 눈을 떴다.
습관처럼 유튜브를 켰다.
첫 번째로 떠오른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눌렀다.
연관 영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어느새 30분이 지났다.

쿠팡에 들어가 필요한 물건을 검색했다.
“당신을 위한 추천”이라는 말이 붙은 상품을 클릭했고,
결제까지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모든 순간이 자연스러웠고,
나는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내가 진짜 고른 게 맞을까?”



선택은 자유의 상징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선택을 자유의 상징이라 여겨왔다.

무엇을 볼지, 누구를 만날지, 어떤 물건을 살지—
이 모든 것이 나의 판단과 감정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은
그 선택지를 누가, 어떻게 배열했는가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반응하고 있다

유튜브의 추천 영상

넷플릭스의 맞춤 콘텐츠

쿠팡의 추천 상품

인스타그램의 피드

이 모든 것은 내가 고른 것이 아니라,
먼저 보여진 것이다.

우리는 그 목록 중에서 선택하는 척할 뿐,
선택지의 구조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어 있다.

선택처럼 보이는 이 모든 것은 사실상
디폴트(default)다.

우리는 고른 게 아니라,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건 ‘보지 못한 것들’

알고리즘은 효율적이다.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만 보여준다.

하지만 그 효율의 대가로,
우리는 세상의 나머지를 잃고 있다.

덜 자극적인 뉴스는 보이지 않고

우리와 다른 취향은 닿지 않으며

불편하지만 중요한 담론은 스킵된다

이제는
“무엇을 선택했는가”보다
“무엇을 아예 보지 못했는가”가 더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감정도, 판단도,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를 보려고 했다.
하지만 추천 알고리즘이 띄운 연애 예능을 눌렀고,
이상하게 끝까지 다 봤다.

딱히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그 순간 깨달았다.
내 감정과 선택조차 설계된 목록 위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아닐까?

우리는 분명히 선택했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 선택은
패턴화된 감정 + 배열된 구조 + 빠른 반응 위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여전히 선택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렬된 것들 사이에서만 고르고 있다.”
― 『신제국』 중


다시 묻는다

당신은 오늘,
진짜 고른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