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하현
뜨겁게 일하고, 뜨겁게 화내고, 뜨겁게 아프고, 뜨겁게 즐겁다가 그 모든 것들이 뜨거워서 견딜 수 없어지면 돌아와 와작와작 깨물어 먹었을 것이다.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그리고 하겐다즈를 마음껏 사 먹어야지.” 천재일우로 로또 1등에 당첨되었는데 고작 아이스크림이라니요. 이 이야기는 하현 작가와 아이스크림 간의 깊은 우정이 담긴 책,『아이스크림: 좋았던 것들이 하나씩 시시해져도』의 일부분입니다.
세미콜론 출판사의 <띵> 시리즈는 이름처럼 ‘울리듯 아프고 정신이 흐릿한 느낌’인 ‘띵’하는 순간을 여러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인데요. ‘띵’하는 순간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음식입니다. 험난하고, 슬프고, 기쁘고, 즐거운 삶의 여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금까지 스무 명이 넘는 작가들이 띵 시리즈를 통해 음식 에세이를 써냈습니다.
대학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하현 작가에게 하겐다즈는 사치의 아이콘이었다고 합니다. 비싼 가격에 몇 번이나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던 기억부터, 동료들과 점심 식사 후 몇천 원의 아이스크림 값이 아까우면서도 편의점에 가기 싫다던 말 한마디 내뱉기 부끄러워했던 소심한 기억도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습니다. 부자가 된다면 냉동실 한 칸을 하겐다즈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작가의 속내엔 가난했던 그 시절을 함께 보낸 이들과의 추억이 녹아있습니다.
할머니의 장례식날,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과거 할머니와 먹었던 ‘뽕따’가 생각나 여러 편의점을 샅샅이 뒤져 겨우 하나를 발견했다는 어느 늦은 밤. 집으로 걸어가며 먹던 그날의 하늘색 아이스크림은 슬픔의 색깔이었겠지요. 지금도 편의점에서 뽕따를 보면 할머니 생각에 슬픔에 잠기다가도, 너무 웃긴 이름이라 금방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해주는 페이소스 넘치는 아이스크림이기도 합니다.
콘 아이스크림도 빼놓을 수 없지요. 초콜릿이 살짝 발린 바삭한 과자까지 먹고 나면 한 끼 식사처럼 든든한 느낌이 들어 좋지만, 실은 콘 아이스크림은 굉장히 예민한 친구라고 합니다. 오래됐거나 조금 녹으면 바삭했던 콘 과자가 눅눅해져 다시 꽁꽁 얼린다고 해도 절대 이전의 식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요. 보관만 잘했다면 정말 끝까지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되었을 텐데 말이죠. 작은 차이 하나로 콘 아이스크림의 인생이 좌우되니, 아이스크림에 진심이라면 아이스크림 보관에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최선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한 것 같다. 이 마음에는 유통기한이 없다. 몇 번을 얼었다 녹아도 다시 처음처럼 바삭할 것이다.
책 속 에피소드처럼 특별하지는 않아도 누구나 아이스크림에 담긴 추억 하나씩 있을 것입니다. 무더위 끝에 맛보는 차갑지만 달콤한 위로. 여러분의 최애 아이스크림은 무엇인가요? ‘모양이 둥근지 네모난지 우유처럼 하얀지 멜론처럼 초록인지~’ 이 CM송을 기억하는 독자분이 있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은데요. CM송의 주인공은 바로 메로나입니다. 연초록 색깔의 메로나는 눈으로 한 번 피로를 풀어주고, 부드럽고 달콤한 맛은 마음까지 두 번 편안하게 해주는 저의 최애 아이스크림입니다.
목표를 향해 뜨거운 열정으로 달려왔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모든 것이 시시해 보이고 열정마저 시들해지기도 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아이스크림이죠. 또다시 뜨겁게 살아가야 할 내일을 위해 메로나 한입을 베어 뭅니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시원하게 말이죠. 여러분들도 한 해의 중턱 7월에는 『아이스크림』이라는 작은 쉼표로 시원하고 달콤하게 쉬어가시길 바랍니다.
거제 독서 모임 ‘북흐북흐’ 멤버 김민경
15년 전 직장을 따라 거제로 이주하였다가 삶의 터전을 잡았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 ‘북흐북흐’ 멤버로 활동하며 책 내용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