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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석을 좋아한다.

스타벅스에 왔다. 나 주제에.


 런 말 하기 모하지만 난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집단상담이 생업인 사람이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 나도 마찬가지다. 

 집단상담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인거지? 싶다. 근데 어쩌겠는가 이게 내 리얼리티인 것을.

 물론 집단상담을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능력적으로, 취향적으로, 가치관적으로 상당히 적합한 일이다.

 그러나 내가 어느 정도 주도권이 있고, 목적성을 만들 수 있는 곳에서나 그렇지 불특정 다수가 각자의 방향으로 동석이몽(오타아님)하고 있을 때는 참 에너지가 빨린다. 그래, MBTI로 따지면 극성 I 이다. 

 왜 그런 감성 있지 않은가. 어디가서 말하고 다니진 않지만, 본인이 아웃사이더라는데에 묘한 안정감을 느끼는 그런 거.

 외롭지만 외로움을 즐길 줄 알고, 사실 그 누구보다 외롭지만 외로움을 담는 그릇이 원체 넓어서 별로 외롭지 않은 그런 거.

 양지보단 음지로, 중앙보단 구석을 사랑하는 그런 거. 주목 받을 일을 하고 싶지만 내가 한 일이 주목 받았으면 하지 내가 주목 받고 싶지는 않은 그런 거.

 어... 공감할 사람 있지 않으려나? 나는 그런데...



 쨌든! 그래서 카페에 갈 일이 있어도 어지간하면 개인 카페를 간다. 메이저 카페에는 결계가 쳐있다.

 '여기를 들어서면 넌 어쩌면 인싸처럼 보일 지도 몰라.' 라는 강력한 막이다.

 사실 카페의 목적이 음료보단 단기 공간 임대인 나로써는 개인 카페의 그 아기자기한 마이너가 마음의 힐링을 준다.

 헌데, 생일이 지나면서 쌓인 기프티콘들이 슬슬 '이보게 주인 양반. 꽃이 물들 때 받은 기프티콘을 꽃이 졌다 필 때까지 가지고 있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며 데모를 하고 있다. 유효기간을 두 번이나 연장했지만 하나도 쓰지 못 한 스벅 기프티콘... 언젠가는 써야겠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 되었다.



 와이프가 3시간짜리 모임을 가는데 들고 가야 할 짐이 많아 내가 운전기사를 해주었다. 당연히 내겐 3시간이 붕 뜬다.

 차에서 쉴까 했지만 요즘 봄볕이 들어 감은 눈의 해상도가 너무 높더라.

 인근 스타벅스가 보였다. 우와, 왕관 쓴 언니가 보인다. 저거 스타벅스 로고지? 내가 저기 들어간다고? 세상에.



 그나마 자그마한 스타벅스임에 안심했다. 4~5층까지 전부 스타벅스인 인싸 빌딩이었다면 심신이 불편감으로 쪼아댔을 거야.

 여긴 딱 1층짜리 건물! 이 정도면 이름만 스타벅스지 개인 카페라고 생각하면 될...

 아, 근데 구석에 자리가 없다. 혼자 앉을 공간은 오픈형 창가를 마주보고 있어서 거리를 지나치는 모든 이와 반갑게 아이컨텍트를 할 수 있었다. 여기를 앉아야 한다고? 내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면 뭐라고 생각하겠어?



 '우와, 일요일 주말 오전부터 카페에 와서 노트북을 켜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구지? 누군지는 몰라도 굉장한 인싸임에 틀림 없어. 분명 개인사업자 대표에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고, 주로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을 거야! (추측은 맞음. 근데 이런 추측 자체 하지 않음)'



 아니에요. 저는 아싸라고요.

 심리상담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모두가 알아주는 아웃사이더가 되려고 오늘도 반사회 씹어먹고 삐딱하게 "하이 내담자 친구들." 한다고요.






 페라떼(사실 무슨 맛인지 모름)을 시키고 노트북을 켰다.

 그간 하지 못 했던 오늘의 심리학 해외 저널 번역 작업을 했다.

 혹시 모니터에 펼쳐진 영문 화면을 보고



 '우와, 일요일 주말 오전부터 카페에 와서 노트북을 켜고 있는 개인사업 대표에 유튜브 채널을 가진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진 저 사람은 누구지? 영어가 펼쳐진 화면을 보고 있는 거 보니 주로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대한민국 상위 5%의 고학력자일 거야. 아마 대학 생활은 관악산의 정기를 맡으면서 했겠지. 어쩌면 하버드나 아이비리그 쪽일 지도 몰라. 얼굴이 못 생긴 거 보니 역시 세상은 공정해. 세상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주지는 않는구나. 카페라떼 하나만 시켜서 마시는 저 심플함을 봐. 아마 집에 가면 고급진 에피타이저 이후 랍스터와 와인을 먹을 거야.'



 라고 여길 지도 모르기에 재빨리 파파고 한글 번역 버튼을 눌렀다.

 인싸 감성은 거북하다. 내게 맞지 않는다. 체할 것 같다.



 후드를 쓰고 싶지만, 오히려 시선을 주목할 것 같아 하지 않는다.

 아, 구석에 자리가 났다. 옮기고 싶지만 옮겼다간



 '우와, 일요일~~ 개인 사업~~ 외국 기업~~ 겸손하고 조용~~ 구석에서~~ 설마 누구에게도 보여선 안 되는 국가 기밀 프로젝트를~~ 그래서 외국어로~~ 대단해 범접할 수 없어 바로 저 사람이 인싸야!'



 라고 할까봐 일어나지 못 한다.






 후... 뻘소리 끝났으니 이제 남은 40분 동안 뭐 하지?

 어서 외로워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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