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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사치처럼 느껴질 때...

프리랜서를 시작하니 정말 매 분 매 초가 경제적으로 실감이 납니다.

 태생이 그런 걸까요? 저는 딴 짓 하기를 참 좋아합니다. 결과만 놓고보면 그것보다 훨씬 유익한 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비생산적인 일을 하곤 해요. 거기엔 가끔 하는 게임, 만화 정주행, 유튜브 서핑 등이 있습니다. 나에게도 휴식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합리화하긴 하지만, 효과는 없습니다. 그런 도피성 휴식은 '아, 이거 얼른 해야 하는데...' 라는 생각만 짙게 만들 뿐이니까요.

 하루에 한 건이든 두 건이든 세 건이든, 일단 나갔다 돌아오면 피곤합니다. 조금만 쉬다가 해야지 라고 마음 먹지만 그 조금은 잠 들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됩니다. 목표 의식 없는 멍한 상태로 도피성 휴식을 취하다보면 여유보단 초조가 늘어납니다.

 해야 하는 것이 늘어날 수록, 하면 안 되는데 하고 싶어지는 것도 많아져요. 최근에 블로그 게시글이 1,000개를 돌파했어요. 그래서 기쁜 마음에 블로그 글들을 주욱 훑어보다보니 과거 게시글 지분 상당을 차지하고 있는 건 역시나 '유쾌한 친구들'이더라고요. 유쾌한 친구들, 손에서 놓고 다시 못 잡고 있는 게 1년도 넘었습니다. 이제 완결을 낼 수 있을 거라는 확답도 못 내릴만한 상태네요.
 대학교 때는 남는 시간이 많았어요. 남들은 스펙 쌓는다, 성적 올린다, 친구와 놀러 간다, 연애한다, 알바한다 바빴지만 저는 그런 것에 쓸 시간을 만화 그리는데에 썼었습니다. 매 주 월요일 연재를 하기 위해서 상당히 빠듯하게 돌아갔지만, 그건 취미에 시간을 담뿍 썼기 때문일 뿐, 실상 남는 시간이 매우 많았다는 말입니다.

 대학원에 들어가고 남는 시간 전부를 학업에 집중해야 하는 때가 오자, 시간 배분이 매우 어려워 졌습니다. 결국 '대학원 때만 휴재를 하자.' 라고 생각하며 휴재를 선언했으나, 사회인이 되면 돌아올 거라고 여겼던 여유는 어디에도 없었어요. 24시간은 지쳐 쓰러졌다가 다시금 일어나 취미를 즐기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으니까요.

 프리랜서를 시작하니 정말 매 분 매 초가 경제적으로 실감이 납니다. 이렇다할 출근도 퇴근도 없이 항상 근무 모드이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맘 편히 딴 짓을 할 수 없습니다. 브랜딩에 신경 쓰고, 유튜브 영상을 하나라도 더 만들고, 책을 읽고, 프로그램 준비를 하고 등등.. 그러다보면 다소 기력을 써야 하는 취미는 지칠까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까봐 못 하게 되네요. 결국 유쾌한 친구들 멤버들 대상으로 낙서를 그려보겠다는 결심은 아직까지도 생각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취미가 사치처럼 느껴지다니, 어쩌면 저는 무언가에 무척 쫓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하게 되는 모든 행위마다 활용을 생각한다는 것. 매우 피곤하고 지치는 일인 듯 싶네요. 그림을 그린다면 이걸 어떻게 사용하고 적용할까? 이런 의문 자체가 취미로써의 색이 바래지도록 합니다. 딱 그냥 그것을 즐기려고. 정도가 몰입을 하도록 만드는 비법이기도 하죠. 일 출발하기 전에 남는 30분을 부족한 잠 충족에 쓸까 아니면 유친 낙서를 그릴까 고민하다보니 문득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나.' 싶어져 서글퍼진 마음에 쓰는 넋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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