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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홍식 감독 단편영화 <농담,2015>

수나의 죽음, 영식은 단지 농담을 했을 뿐이다.


엄홍식 감독 단편영화 <농담,2015>

장르 : 드라마

감독/작가 : 엄홍식

출연 : 안서진, 김윤지, 최혜란

책임 프로듀서 : 임마리

촬영감독 : 김민화


시놉시스

수나의 죽음, 영식은 단지 농담을 했을 뿐이다.수나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 없던 영식은 한순간의 화살의 과녁이 된다.  


‘농담’처럼 웃음이 나는, 혹은 ‥. 

나는 꽤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어떨지,나는 그만저만하다 여기지만 상대방은 꽤 가깝다고 여기진 않을지…  

물어볼 수도 없고, 괜히 머리만 긁적이게 하는 관계들 말이다.  

’나 그 사람 잘 몰라’ 라는 말에는 정말 낯선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오랜 시간 만났음에도 적당한 간격을 두고 굳이 메우려 하지 않았단 뜻도 있다.  

그 간격은 수치로 측정할 수 없기에 각자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생각의 차이는 종종 서로에게 큰 상처가 되곤 한다. 애틋하게 생각했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음을 확인한 자도, 뒤늦게 상대의 마음이 컸음을 알고 알수 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자도...  

씨네허브 단편영화 상영관에서 볼 수 있는 엄홍식 감독의 작품 ‘농담’(상영시간 약 16분)은 이처럼 살면서 흔하게 겪는, 어쩌면 우리가 항상 맞닥뜨리는 ‘생채기’와 같은 인연에 대해 말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누구의 탓도 할수 없는, 그럼에도 종종 아픔이 되는 인간 관계를 말이다.  

이 영화는 한 여고생의 죽음이 파문이 되면서, 마침내 표면 위로 드러나는 관계들을 상당한 흡인력으로 긴장감 있게 보여준다. 

단편영화는 여러 부분에서 (열악한 촬영 상황도 포함된다) 큰 완성도를 기대하기 미안한데, ‘농담’은 특유의 톤을 유지하는 화면과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력,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매우 찰지다.  

특히 남자 주인공 영식이 과거를 회상하며 돌아보는 순간 교차되는 화면의 깔끔함과 세련됨은 감독의 역량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초반부터 좋았기에, 후반으로 갈 수록 처음의 몰입감이 유지 될지 걱정이었지만, 마지막 장면을 본 이후에도 오랜 여운이 남았다는 것은 결국 유종의 미를 거뒀단 증거이리라. 

세상의 때가 묻었다는 말은 관계에 무뎌졌음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인연과 관계’란 이름의 수많은 생채기들에 적응하는 방법은, 결국 무신경해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 이 상 들지 않고, 어느새 파티션처럼 구획을 지어 사람들을 대하고 있다면, 한번쯤 이 영화를 볼 것을 권한다.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소지품을 우연히 소파 밑에서 찾아냈을 때처럼 어! 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단편영화 감상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bbs01&wr_id=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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