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급 컬트 영화의 사이버 펑크 장르, 사디즘 마조히즘


오랜만에 정말 그로테스크한 영화를 봤다. 예전부터 사이버 펑크 장르에 관심이 있었기에 별 생각 없이 감상했다가 너무 기괴한 영화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근래 본 영화 중에 가장 기분 나쁜 영화다. 그리고 이런 인상을 진하게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의 의도대로 잘 만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딱히 SF 영화도 아니고, 일반적인 사이버 펑크 영화처럼 음침한 미래 도시를 그려내는 영화도 아니다. 굳이 사이버 펑크적인 요소를 찾자면 그저 몸이 금속화 되면서 변해간다는 정도이다. 



기괴한 모습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는 도시 그리고 여자. 이 아파트의 기묘한 내부와 이상한 그녀의 이상한 행동,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뭔가 부도덕한 관계를 하는 여자일 것이다. 이 장소 역시 그런 부도덕한 관계의 밀회일 것이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에 대한 복수일까? 여자는 욕실에서 샤워하는데 웬 복면을 한 남자가 그녀의 배를 가르더니 이상한 기계를 자궁 속에 넣어버렸다. 기계 녀석은 날카롭고 다부진 이빨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궁금해서 살짝 손을 넣었더니 손가락을 앙큼하게 깨문다. 이번에는 당근을 넣었더니 회를 쳐 놓는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이 남자를 당근처럼 회를 쳐 놓은 녀석!!   같이 함께 하기 두려운 이 녀석과 그녀는 함께 살아야 한다. 뭔가 굉장한 무기를 가진 듯하다. 모든 생명의 근원 혹은 대지라 불리는 여성의 내부에 괴이한 기계가 등장했다.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파괴하는 이 무시무시한 녀석과 동거는 어찌 될 것인가?



영화는 이미지 전체의 구성, 편집, 촬영이 관객의 신경을 자극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밀도가 강한 순간은 전혀 다른 장치를 이용해 표현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이 섹션에서 가장 강력한 작품이다. 초창기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인더스트리얼 장르의 음악을 삽입곡으로 긴장감을 유도하는 데 사용한다. 이 사운드 트랙들은 그로스팅한 영상과 맞물려 굉장히 어둡고 음침한 인상을 주며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날이 선 긴장감을 가지도록 한다.




재기 발랄함일까, 묵시록 적인가? 발칙하고 발랄해서 재미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은 오싹한 분위기와 무표정, 스릴러, 호러, 애니메이션, 코미디가 고루 섞인 이 단편은 영화적이다. 그래서 보는 재미도 있고 흥미롭기도 하다. 다만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 영화를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세상에는 많고 <기계>의 존재는 그저 살짝 앙큼한 정도이다.



이런 영화는 여러 번 본 기억이 있다. 일본 영화 쓰카모토 감독의 <철남, 철남 2>, 독일 영화, <킬러 콘돔> ,프랑스 영화 여자의 이빨 성기를 다룬 성장기 영화 <티스> 같은 부류의 영화들이다. 그로스팅한 분위기에서 주인공은 처음은 무섭고 두려움에 빠지지만 이내 그 현실을 이해하고 그 상황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 구조는 이 영화란 다를 바 없다. 분명한 것은 감독의 연출력과 실험정신만큼은 상당하다는 것. 독특한 인상을 주며 저예산 영화만이 보여주는 도전 정신이기도 할 것이다. 그로테스크함은 점점 쌓여가는데 재미는 점점 줄어드는 희한한 결과를 낳았다. 단순하게 재미 만으로 이 영화를 평가하자면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지만, 이렇게도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구나 하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감상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다. 내가 뭘 본 거지?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영화다. 영화는 B급 영화 다운 자유스러움과 컬트 풍의 매력을 과시한다. 적은 돈과 짧은 시간으로 만들어진 탓에 세트나 특수효과 등은 어설프지만 기발한 상상력과 번뜩이는  재치로 작품 전체를 채운다.




몰입 감 있는 영화긴 한데 뭔가 보고 나면 기분이 미묘합니다. 코미디 같기도 스릴러 같기도 공포 같기도 합니다. 아마 남성이라면 성기가 가차 없이 잘려나가는 장면에 나도 모르게 움찔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전 징그럽지만 통쾌할지 모르겠는 2006년 부산영화제 화제작인 이 영화, 정주행하시고 같이 모여 이야기해보시면 좋을 거 같다.


하얀 그림자 영화작가감독 정태성


기계 Maquina (2006)

감독 가베 이바네즈 (Gabe Ibanez)

배우 아주아 라리오스 Iazua Larios


영화정보

http://www.cinehubkorea.com/bbs/board.php?bo_table=bbs04&wr_id=548


매거진의 이전글 소녀 유진에게 남자란 사라지지는 않을 이질적인 존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