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Man of Whisky

자체 서평 : 한 방울의 탐험

by Emotion

<한 방울의 탐험> 판매가 시작된 지 벌써 1달이 넘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서평 이벤트 또한 성황리에 마무리되어 여러 예리한 지적을 받아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꼼꼼한 시선으로 읽어준다는 것만큼 글쟁이에게 기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의 정성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이번 시간에는 저자가 아닌 개인 임오선의 입장에서 <한 방울의 탐험>에 대한 서평을 작성해보고자 합니다. 개인과 저자로서의 자아를 분리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단순히 '저자'라고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방울의 탐험>을 읽으면서 처음 드는 생각은 ‘개인적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부제에 ‘나만의 술 이야기’라는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이 이야기는 절대적 사실이 아닌 상대적인 경험이라는 뉘앙스가 생깁니다.

이것은 첫 장인 [호남의 술꾼], [술자리에서 침묵하는 이는 진정한 군자~]에 들어가며 심화됩니다. 두 저자의 ‘글쓴이의 말’에 해당하는 이 글은 책을 쓰게 된 경위와 감상 등 책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저자에 대해 기술하는 선택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영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저자는 이 책이 첫 작품이고, 아직 무명인 상태이니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의도야 어떻든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술꾼을 위한 기초]와 [증류주 이야기]로 들어가며 약간의 이질감이 생깁니다. 개인적인 기조를 풍기던 도입부와 달리 여기부터는 필수적인 사실들을 주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분위기를 통일함으로써 이질감을 줄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내용이 아예 따로 책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성격이 다릅니다.

물론 이것이 후반에 등장하는 [증류소 이야기]를 이해시키기 위한 선작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증류소 이야기]의 전문용어는 각주를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스키 증류소 탐방기에 증류주 전체를 설명하는 파트가 굳이 필요할까요?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전반부는 [증류소 이야기]의 빈약한 분량을 보강하기 위한 보충제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술꾼을 위한 기초]와 [증류주 이야기]는 가치 있습니다. 영문 사이트들을 뒤지면 나올 정도의 정보만을 모아뒀지만, 그것을 일일이 탐색하고 번역하여 정리한 노력은 분명히 칭찬할만합니다. 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는다면 충분히 도움 될 내용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술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독자들을 위해 글의 배열을 조금 더 신경 쓰거나 더 개인적인 이야기, 예를 들면 저자 개인이 마신 위스키 중에 어떤 것들이 좋았고 어떤 것을 추천하는지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증류소 이야기] 파트는 두 저자가 세계 각지의 증류소를 찾아다니며 목격한 것들과 감상을 정리하였습니다. 주요 생산지 중 미국이 빠진 것은 많이 안타깝지만 아마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을 것입니다.

증류소를 돌아다니며 체크한 것들이 상당히 꼼꼼합니다. 증류소 자체를 분석하기보다 증류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매력을 묘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네요. 이 부분은 증류소의 세부지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독자층에게도 어필하기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은 읽기 좋은 여행기가 되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두 저자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현장감도 제법 있습니다. 이 점은 상당한 장점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있습니다. 저자들이 증류소를 탐방하며 적는 개인적인 감상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발베니 증류소 탐방기에서 그 부분이 두드러졌는데, ‘장인정신의 귀감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었다’라고 정면으로 비판하기에 본문에 명시된 근거가 조금 빈약했습니다. 다른 증류소보다 자체생산 몰트가 적다는 것과 무연탄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어봅니다.

반론을 조금 해보자면 무연탄은 발베니 외의 증류소에서도 제법 사용하는 편이고, 발베니의 위스키 생산량이 많다면 자체제작 몰트의 절대적 양이 많아도 비율이 적은 것은 당연할 것입니다. 특수하게 정성 들인 몰트가 위스키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으니 이 부분 또한 고려했어야 합니다. 차라리 직원들의 작업 이해도 등을 분석하여 실었다면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부나하벤 파트 역시 설득력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순하게 편안함으로 다가가는 증류소라면 저자가 다녀온 글렌피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 책에 같은 위상을 가진 증류소를 넣었다면 둘 사이의 차별점을 명확히 했어야 합니다. 더욱이 위스키를 마셔보니 증류소의 지향점을 알 수 있었다는 설명은 너무나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입니다. 근거를 내기 힘드니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의도가 너무 얄팍합니다. 최소한 위스키 맛이라도 묘사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부나하벤에 간 저자가 어떤 것을 느꼈는지 공감하기 어려웠습니다.

몇 가지 묘사를 감성으로 메운 흔적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여행기입니다. 위스키 한 잔에 곁들이면 자기 전에 읽기 좋은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사건] 파트는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자료조사의 정도가 들쭉날쭉합니다. 특히 [영국 피트 금지령] 부분은 현지 기사 1~2개 정도의 정보량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좀 더 뒤져보면 각 증류소의 디테일한 반응이나 대응방안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이야기인데 내용에 그에 호응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시락 논쟁]과 [독일 맥주 순수령] 부분은 자료조사가 잘 되어있지만 마무리가 어설픕니다. 각자의 입장과 그 사이의 선택을 조금 더 깔끔하게 조명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시락 논쟁]은 유럽연합의 고민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했고, [독일 맥주 순수령]은 독일 내부의 여론도 좋지만 보호무역이라는 관점에서 이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조금 더 이야기했다면 생각할 부분이 많은 훌륭한 글이 되었을 것입니다.




[개인연구]는 형식이 통일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담이라고 생각하면 사소합니다. 전체적으로 흥미롭고 좋은 글입니다. 특히 전문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가볍고 흥미롭게 접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여 좋습니다. 레시피를 대략적으로 설명할 때 약재를 원문 그대로 사용하였는데, 주석을 꼼꼼하게 달았다면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건질만한 글은 후반부에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접하기 힘든 경험을 책으로 간접경험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책을 구입하는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량을 일부러 채우거나 빈약한 논리를 감정에 호소해 넘어가는 부분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반부 또한 자료조사를 할 수고를 덜어낸다는 의미로 좋습니다. 기왕 기초를 잡아주는 글을 썼다면 정보의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부분은 책 분량과 관련 있으니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여기겠습니다.

위스키 입문자라면 참고서 느낌으로 여러번, 어느 정도 지식이 붙은 애호가라면 자기 전 이야기책으로 한 번 정도 읽으면 좋겠습니다. 위스키에 입문하고 싶은 지인이 있다면 추천해도 문제없을 무난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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