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도 괜찮아, 여행이니까

by 김나현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우리는 대충 짐을 던져놓고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보령. 정리된 여행 계획? 그런 거 없다.
차 타고 가는 중간에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면 그만이다.


“휴게소 들러서 뭐 먹을까?”
그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맛있는 거! 그리고 간식도!”
짱구처럼 신난 내 모습에 그는 넌지시 말했다.
“어차피 도착하면 맥주도 한잔할 거잖아.”
내 말에 그의 눈도 반짝였다.


“그렇지! 여행은 역시 무조건 먹어야 제맛이지!”
우리는 허기를 넘어 들뜬 상태였다.
아, 여행이란 원래 소박한 기쁨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어떤 음식이라도 여행이란 이유로 우리는 설렘을 추가해서 먹게 된다.


휴게소다. 우리는 치즈라면과 우동을 시켰다.
평소엔 잘 안 먹는 라면인데,
그날은 파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치즈가 감칠맛 폭발하게 짭조름하고 고소했다.
우린 그 맛에 마치 대단한 미식가처럼 감탄했다.


“간식도 하나 먹자.”
나는 바삭한 회오리 감자를, 그는 맥반석 오징어를 집었다.
내 회오리 감자는 바삭하고 짭조름해서 손이 자꾸 갔다.
반면 통오징어는... 비싸기만 하고 그냥 그랬다.
“이 돈이면 두 개는 먹겠네.”
내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행에서는 모든 음식이 추억이 된다.


숙소는 미리 정하지 않았다.
“그냥 눈에 띄는 데서 자자.”
결국 도착한 곳은 무인 숙소.
멀리서 볼 땐 간판이 딱 공포 영화 세트장 느낌이었는데,
가까이 가니 의외로 깔끔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방,
방마다 주차 공간이 딸려 있어 오히려 아늑했다.


짐을 풀자마자 맥주를 땄다.
“비 온대. 등산은 또 취소인가?”
비 때문에 취소된 등산 계획만 벌써 수십 번.
하지만 우리는 무심히 웃었다.
계획대로 안 되는 순간부터 여행은 설렘 폭발이다.
난 벌써 즐거움에 씰룩씰룩 춤을 추었다.


새벽, 타닥타닥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오, 감성 터지는 소리.”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고,
그는 웃으며 커튼을 열었다.
회색 하늘, 습기 가득한 창문.
여행에서 듣는 빗소리는 이상하게도 좋다.


“그럼 오늘은 어디 가지?”
“후딱, 찾아볼까?”
우리는 늘 그렇듯 즉흥으로 검색했다.


비 오는 날엔 따뜻한 카페가 최고다.
창가에 앉아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빗소리를 음악처럼 들었다.
“여행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 아니야?”
“계획은 흐트러지고, 그게 더 재미있지.”


그렇게 우리는 길을 잃어도 웃었고,
미간 찡그러지는 음식을 먹어도 만족스러운 추억으로 남겼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길을 걷고,
비 오는 날의 빗소리조차 안심이 됐다.


하지만, 나는 아직 모른다.
이 여행에서 진짜 중요한 순간은,
어쩌면 오늘 맞이할 길모퉁이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내 삶에 단 하나뿐인 오늘 하루,
난 그 하루를 예쁘게 그려보고 싶었다.
비로 인해 전부 틀어져버린 여행 첫날,
우리는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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