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되는 해 1월 1일.
한국의 청년들은 첫 성인이 되는 날을 맞이하여 가장 먼저 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술, 담배를 구매하는 일입니다.
이해합니다.
일탈은 언제나 짜릿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일탈이 꽤나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 꽤나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인생 중에서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때가 20살, 21살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으로 맞이하는 어른들의 세계를 만끽하며 즐기는 쾌감이 꽤나 오랫동안 가는 모양입니다.
보통(최소한 저의 주변에 있는 청년들) 청년들의 20대는 이렇게 보내집니다.
20살: 처음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문화(술, 동아리, 연애 등)를 체험하고 즐긴다.
21살: 체험하며 본격적으로 즐긴다.(입대를 앞둔 경우 더욱 격하게 즐긴다.)
22살: 입대를 하거나 서서히 쾌락에 질리기 시작하며 진로를 걱정한다.
23살: 군생활을 하거나 진로에 대해서 자격증 등을 준비한다.
24살: 제대하고 학교를 마저 다니거나 방황을 하며 잠시 휴학을 하거나 졸업을 한다.
25살: 아르바이트나 운이 좋으면 입사해서 인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취준생이다.
26살: 취준생으로 필요한 자격증을 따거나 낙방을 경험한다.
27살: 서서히 주변에 취직한 사람들이 생기면서 중소기업이라도 취직을 한다.
28살: 본격적으로 취직을 하여 경제활동을 하면서 자취하기 시작한다.
29살: 이제 경제활동을 한지 1년이 되었는데 결혼, 집, 차에 대한 걱정을 한다.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청년들은 20대에 성인으로서 일탈을 즐기고, 방황하고, 정신차리고, 취업을 준비하고, 취직하고, 걱정하는 것으로 20대를 마무리하는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아주 많습니다.
근데 잠깐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길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많은 청년들이 이러한 과정을 당연하게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1. 술문화, 대학문화에 어울리지 않으면 소위 '아웃사이더'가 되어 인생이 힘들어진다.
2. 반드시 자격증을 취득하여 취직을 해야만 한다.
3. 웬만하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좋다.
4. 최대한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는 것이 좋다.
5.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6. 자취는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7.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8. 결혼은 가진 자들이 하는 사치스러운 것이다.
위의 이야기들은 실제로 20대의 청년들에게 들은 충격적인 말들입니다.
저는 20대를 처음 맞이하는 청년들에게 성인으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희 아이들에게도 알려줄 내용들이며, 이는 지난 20대를 돌아볼 때 가장 후회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건 바로 '여행'입니다.
근데 막연하게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입니다.
준비물: 속옷, 여벌의 옷 1벌, 물, 적당한 돈, 필기도구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혼자서', '뚜벅이', '무작정', '국내'입니다.
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무작정 혼자서' 떠나는 겁니다.
혼자서 떠나는 이유는 자신을 깊이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입니다.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저 즐거운, 말 그대로 '여행'이 됩니다.
삶을 살아가다보면 생각보다 자신과 깊이 독대하는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이 없다기 보다는 아마도 그런 경험도 없고 흥미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자기 자신과 온전히 마주하는 것만큼 영혼을 성장시키는 일은 없다고 말이죠.
그래서 반드시 혼자 떠나야만 합니다.
가능하다면 작은 배낭에 들어갈 정도의 준비물만 가지고 가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음악, 스마트폰, 책 등 외부의 지식과 잡음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야 합니다.
만약 피치못할 사정이 생길 것을 우려하여(변명으로) 스마트폰을 챙기기도 하는데
세상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정말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빌리면 됩니다.
수첩에 비상연락처 정도 적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적당한 돈이라고 하는 것은 딱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의 돈만 챙겨가야 합니다.
20대의 극초반이라서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지 않고 필요하다면 단기성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기 돈'을 챙겨야 합니다.
그래야 여행에서 쓰이는 그 돈에 대해서 소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땀을 흘려서 번 돈이어야 쉽게 나가지 않습니다.
쓸 수 있는 것도 참게 되죠.
자가용이 있어도 걸어가야 합니다.
버스나 기차를 타는 것은 됩니다.
자가용을 타고 여행을 하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운전에 신경쓰느라 온전히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할 수 없습니다.
이 여행의 핵심은 온전히 자신게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뚜벅이로 떠나야 합니다.
길을 걸으며, 버스 안에서, 기차 안에서 볼 수 있는 바깥 풍경들, 들려오는 소리들, 느껴지는 공기,
들어오는 냄새까지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연과 함께 할 때 영혼은 훨씬 효과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체력이 된다면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말고 걸어도 됩니다.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무작정 떠난다는 말은 목적지를 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 효율입니다.
최소한의 시간에 최대한의 효율을 뽑는 습관은 여행에도 적용이 됩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여행하는 것을 보며 여행을 하는 것인지 노동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을 와서 꼭두새벽에 일어나 나가고 일하는 것처럼 무리하게 많은 관광지를 방문하는 것은 한국사람 밖에 없으니까요.
이번 여행은 목적지를 정하고 관람하는 여행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것에도 주의를 집중하면 안 됩니다. 최대한 할 수 있다면 그러시길 바랍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걷는 것과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걷는 것에 대해서 각각 뇌의 활성도가 다르게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딱 정하고 여행하지 말고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골에 사는 사람이라면 도시로,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시골로, 농촌에 살고 있다면 어촌으로, 어촌에 살고 있다면 농촌으로, 산과 들, 풀,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숲이 우거진 곳으로, 푸른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바다로 여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은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나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가는 겁니다.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질적으로 훨씬 좋은 생각들이 떠오를 것이며, 자신과 더욱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보려고 애쓰지 않고,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겁니다. 할 수 있다면 하루에 한 끼만 검소하게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배가 부르면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간은 일주일을 권해드립니다.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고 너무 힘들지도 않는 시간이죠. 가능하다면 최대 2주일까지 늘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다음 반드시 챙겨야 하는 물건이 바로 필기도구입니다.
왜냐하면 이번 여행은 자기 자신과 솔직하게 만나는 여행입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든 깊고 솔직한 대화이든 내면으로 떠오르는 대화는 꼭 필기를 해야 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면서 여행을 하는 것이죠. 생각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여행이 끝나고 난 후에도 휘발될 겁니다. 남는 것이 없는 여행이 되겠죠.
그래서 반드시 생각을 기록해야 합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 기간동안 자신과 나눠볼 대화의 주제들을 미리 수첩에 적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리 어떤 내용들을 생각할지 정한 다음에 여행하는 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최대한 말을 하지 않는 여행을 떠나기를 추천드립니다.
사람은 절대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마음 속으로 떠오르는 말도 포함한 것입니다.
입을 닫으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입을 열면 마음의 소리가 아닌 입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이 됩니다.
참된 나를 만나는 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 내는 소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