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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마음을 알기에, 내 마음도 전합니다

마음을 전하는 작은 용기가 삶을 바꿉니다

by 김승월

올해 스승의 날, 뜻밖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작년에 정년으로 물러난 대학에서 한 여학생이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10년 넘게 강의하며 수많은 학생을 만났지만, 스승의 날에 감사 인사를 받은 기억은 손에 꼽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쑥스럽기도 하고, 괜히 아부로 비칠까 망설였을 것입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감사 인사를 차마 전하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습니다. 그 한 문장은 지난 세월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고,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작은 자부심도 심어주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학기 중 아버지를 여의었습니다. 출결이 걱정된다며 조심스럽게 문자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외동딸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요. 짧지만 진심을 담아 위로의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 일이 무척 고마웠다며, 이번에 다시 인사를 전한 것이었습니다.


절박할 때 건네는 말 한마디, 손 한 번 잡아주는 일이 사람을 다시 숨 쉬게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병원에서 42일을 지내는 동안 저 역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한 통의 전화, 한 줄의 문자가 예전과는 전혀 다른 결로 가슴에 닿았습니다. 오랫동안 연락 없던 친구가 보낸 짧은 메시지조차 마음이 담겨 있으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스쳐 지나쳤던 사람들, 아픔을 겪고도 내가 제대로 위로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쑥스러워서, 혹은 괜히 부담을 줄까 싶어서 마음만 품고 전하지 못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비록 그 마음이 오해될 수도, 거절당할 수도 있겠지만, 전해야 할 마음이라면 전하는 것이 옳다고요.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도 남을 대접하라.”
성경의 이 말씀처럼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봐 주는 사람 앞에 마음이 열립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한다.”

士為知己者死 女為悦己者容


직장 시절, 저의 장점을 칭찬해 주던 상사를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반면, 나를 무심하게 대했던 상사에게는 그저 무심하게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참 고맙습니다.

아프고 나니, 주위의 아픈 이들이 더 잘 보입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누군가에게 내민 손 하나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그대의 마음을 알아준다면, 그대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용기, 그것이 누군가의 삶을 다시 숨 쉬게 합니다.

geilan-malet-bates-H_SbRmgDpvk-unsplash.jpg Geilan Malet-Bat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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