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끝에 망성일
“장애인 등록하면, 확대경이나 망원경 구입할 때 지원받을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대체로 조용해진다.
어떤 땐 말끝이 흐려지고, 어떤 땐 정적이 길어진다.
어느 날, 시력장애가 있는 아이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시력용 확대경 구입 상담을 하시다가, 제품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하셨다.
그래서 안내드렸다.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으면, 저시력 보조기기 구입 할 때,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요.”
그 말을 듣자, 엄마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장애인으로 등록하겠어요...”
말끝을 흐리셨다.
“그냥 제 돈으로 살게요.”
담담하게 마무리하셨지만, 그 속에 담긴 망설임이 느껴졌다.
며칠 전, 사무실에 찾아오셨던 또 다른 엄마가 떠올랐다.
그분도 아이에게 장애인 등록 이야기를 했다고 하셨다.
“나라에서 도움 받을 수 있으니까, 등록하자고 설명했더니, 아이가 말없이 듣다가 눈물을 글썽이는 거예요.
여고생이라 그런지, 예민하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결국 말 꺼낸 걸 후회했어요.”
그랬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뭘 그리 예민하게 생각해요? 대범하게, 당당하게 하세요.”
물론 용기 낼 수 있다. 실제로 용기 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건 엄마나 아이의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분위기의 문제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
그게 문제다.
이런 인식이 사라져야, 누군가도 더 당당히 “저 장애인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장애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권리를 지키는 일’로 여길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 등록 제도는 분명 도움을 주기 위한 제도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으로 등록하면
안경 구입 시 12만 원,
확대경 구입 시 12만 원,
소형 망원경 구입 시 약 17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등록한다고 모두 지원되는 것도 아니다.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고, 절차도 쉽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장애인’이라는 말에 따르는 감정의 무게가 있다.
장애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라는 이름 앞에서 움츠려 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시선, 사회의 태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벽들이다.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
장애인 등록을 망설이지 않아도 되는 사회,
장애인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사회,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권리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