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삼수 실패

그 이후의 삶

by 코퀴틀람

나는 삼수를 실패한 사람이다.

대치동에 있는 시대인재, 러셀에서 2년간 공부를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 때 못지않게 어쩌면 그보다 더 치열하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서 이십 대 초반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두 번의 수능 모두 평소 모의고사보다 한참 떨어지는 성적을 받았고 결국 현역 때 정시로 붙었던 SKY 애매한 과에 복학을 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독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초등학교 5학년때, 본격적으로 입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을 잡고서는 그 이후로는 마음이 한 번도 편안한 적이 없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나는 나 스스로를 공부에 가두는 아이였다.

중학교에 올라가는 방학 때 매일 6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했다.

가족들이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가자고 꼬드기는 것에 한 번도 마음을 연적이 없다.

나는 말 그대로 공부라는 것을 완벽히 해내는 것에 몰두해있었다.


아무리 간단한 음악 수행평가라도 모든 한줄한줄 다 외웠고 시험기간에는 당연히 모든 시간과 체력을 갈아 넣어서 공부를 했다.


입시는 나의 끝을 시험해 보는 것이라고, 절대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아 순간 나에게 남아있는 한 방울의 에너지도 남김없이 짜서 공부하는데 쏟았다.


그렇게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고, 버스 안에서도 단어를 외우고, 교실에서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조차 책을 봤다.


선생님들은 나를 칭찬했다


‘우리 oo이 같은 애들이 결국엔 성공한다니까!’

나는 일찍 철이 들었다면서, 아이들 보고 나처럼 열심히 공부해 보라고 말을 할 정도로 혹은, 나에게 너무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 아닌지 걱정을 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고등학교에서도 전교 1,2,3등 안의 등수에서 변동하며 나름 상위권을 지켰다


그래, 지금까지 나의 글을 읽었다면, 이 이야기의 끝은

당연히 그 아이는 입시의 끝에 웃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입시에 성공하기 위해서 해야 한다고 주어진 모든 것을 했다.

아니, 항상 그것보다 더 했다. 나는 반드시 성공하고 싶었으므로.


하지만 현역 수시 6 광탈에 이어, 재수, 삼수를 해도 내가 원했던 의대를 갈 수 없었다.

학원에서 나는 항상 가장 높은 반이었기에, 나와 비슷하게 공부했던 친구들 모두 자신이 원하던 바를 가졌다.

고등학교 때 내신이 비슷했던 내 베프도 재수를 해서 원하는 의대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만 동떨어져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과에, 학교에 복학을 했다.


나만,, 나한테만 일어난 불행,, 실패 옆에서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이제 입시를 떠나 세상으로 날아오르는데, 나만 천천히 심해로 침전하는 느낌.


우울, 공부강박, 열등감, 억울함과 분노


이런 감정들로 나의 이십 대 초반이 점철되어 있었다.



어떻게 다시 사람답게 , 따뜻하게 나를 바라볼 수 있을지.

이런 나를 어떻게 온전하다고 바라봐줄 수 있을지,

그것이 과제다.


이미 나의 인생은 한번 갈 때까지 갔다가 꺾였다.

십 년 동안 바랐던 것을 결국엔 상실했을 때, 어떻게 다시 삶에게 희망을 걸 수 있을지

다시 삶을 믿고 잘해볼 수 있을지

나는 삶에게 배신당했는데


그것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