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에세이 <1인분의 삶> 후기

강력히 추천하는 에세이

by 방심


아주 가까운 지인이 에세이를 출간하길래.

부랴부랴 펀딩으로 책을 받았다.

그런데 웬걸,

살면서 읽어본 에세이 중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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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의 삶 - 조여름 지음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프롤로그

1부. 나로 지속되기

서른 즈음에

우정의 품격

고오집의 역사

메이드 인 코리아

상장폐지합니다

개자식 사용 설명서


2부. 나를 계속 쓰기

반쪽짜리 직업

21세기 시시포스

안되면, 되는 거 하자

전공이 뭐예요

예술도 술이다

낭만의 별칭


3부. 그리고, 나로 이어지기

안티-루틴인

서울살이 10년 차

취미의 불가해성

볕 잘 드는 곳에 살어리랏다

동거가 좋다

너 결혼할 거야?


프롤로그의 시작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저자의 다이나믹한 인생 약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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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감명 깊게 읽은 에세이가 없었으므로, 지금부터 <1인분의 삶>에 대한 감상을 남기도록 하겠다.


1부에선 저자가 1-30살까지 겪은 서사를 다룬다.


90년대 생 여자가 대한민국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은 기본이고, 다소 주관이 강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세상과 부딪치며 겪는 일들을 진솔하게 전한다.


1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꼽는다면 이렇다.


[그래서 나는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와 작별 중이다. 조용히 거리 두기 스킬은 점점 더 능숙해진다. 덕분에 가상의 결혼식에 초대할 사람도 없고, 인맥이라 부를 대단한 인사도 없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단단하다. 김광석 아저씨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도 미련 없이 후련하게 미소 지을 수 있는 삶. 서른을 맞은 내 인간관계의 추구미되시겠다.]


저자가 서른이 되면서 느낀 인간관계에 대한 문장.

공감해 마지않는 문장이다.


나 역시 서른이란 나이까지 오는 길에 많은 것들과 만났고, 또 이별했다. 그 안에는 내 몸과 같았던 친구도 있었고, 나 자신보다 더 아끼고 사랑하던 연인도 있었으며, 평생 그리던 미래와 안정적인 삶도 있었다.


하지만, 이별이란 어떻게든 찾아오는 법이다. 어떤 통증은 미리 알고 맞아도 아프고, 모르고 맞아도 아픈 법이니. 그간의 고통과 슬픔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현재가 좋은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가?


YES. 나는 현재가 좋다.

그 시절로 돌아가 그 사람들을 똑같이 만나야 하는 과거라면 사양할 것이다.


서른이 되면서 알게 된 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삶을 지향하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이다.


자신에 대한 분석은 뼈아픈 시행착오를 동반하는 법이니. 지금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1부에서 마음에 드는 두 번째 내용.


[역시 나는 '우리 친구 합시다'의 허들이 높은 게 확실하다.]

[그저 물질적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영혼의 손해를 막아 내는 이들을 특별히 사랑할 뿐이다.]


나는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SNS 따위에 질려버렸다. 돈,돈,돈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왜 돈이어야 하는가?

각자의 행복은 다 다른 것인데,

획일화되어 있는 세상을 보면 신물이 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그건 자본주의 세상을 모르는 거라고.

그럼 나는 말하고 싶다.

당신의 영혼은 얼마입니까?


아, 그리고 1부에서 읽다가 뒷목 잡을 뻔한 내용도 있다.

바로 <개자식 사용 설명서>다.


연애할 때.

나는 개자식은 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어떤 상황과 말은 마음에 비수처럼 꽂혀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방사능이나, 교통사고, 떨어지는 벼락이 이에 속한다.


개자식은 되도록 피하고. 혹시라도 마주치면 복날의 개잡듯이 패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런 곳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리고 굴하기엔 우리의 영혼이 가엽지 않은가?



2부. 나를 계속 쓰기


2부는 저자가 생각하는 직업, 예술에 관한 내용이다.


글을 쓰는 이유.

현실을 직시하고 깨달은 영혼의 직업.

'일'과 관련되어 자신을 통찰한 좋은 글이었다.


2부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은 이렇다.


[만약 주변에 본인 삶에 대한 만족도가 유난히 높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메타 인지 능력이 탁월할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볼 때 행복하며,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기가 막히게 안다. 가위 예술적이다.]


나 역시 내가 뭘 좋아하고, 뭘 볼 때 행복하며, 어떤 일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기까지 오래 걸렸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녔으며, 에어비앤비 숙소 운영, 과외, 과일 장사,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건설 현장에서 노가다 등등을 전전하다가. 지금에야 겨우 영혼의 직업을 찾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면, 인간관계든 일이든. 자신을 알아가는 게 이토록 중요하다. 명심하자. 행복도 알아야 거머쥔다.


2부 최고의 웃김 포인트는 이것이다.


전공이 뭐예요?

라고 묻는 질문에 예체능에서 '체능'을 빼고,

"예?"라고 답하는 것.

네, 그게 앞으로 제 전공입니다. 웃기네. 웃겨!



3부. 그리고, 나로 이어지기


3부는 저자의 현재 삶.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관하여 고백한다.

3부에서는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삶의 방식을 선택하길 간절히 바란다. 절대다수의 최대 행복? 뭐 그런 거창한 마음은 아니지만 말이야.


마음에 드는 문장은 이렇다.


[지금도 종종 밤중이면 내가 살아온 모든 일상이 허상처럼 느껴진다. 그럴 땐 내 옆에 누운 사람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과 대화를 떠올리며, 그가 진짜인 것처럼 나 역시 진짜라는 사실이 믿어질 때까지 충분히 바라본다. 감각이 우리를 얼마나 자주 속여 넘기는지 다시금 뼈에 새긴다. 그리고 맹렬히 다짐한다. 나는 살아 낼 것이다. 눈이 시리도록 환한 볕 아래서 당신과 함께 만사 다정히 사랑하며 살아 내겠다. 오늘도 세계에는 민들레 홀씨 폴폴 나린다.]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을 꼽는다면 이렇다.


[출산에 대한 나의 희망 사항은 다음과 같다.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토대는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랑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몹시 아꼈고, 그들이 사랑하는 세계를 아이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고, 그래서 가장 귀하고 값진 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너를 낳았노라고 고백할 것이다. 때로는 찰나의 기쁨을 위해 감수해야 할 슬픔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껴지기도 하겠으나, 그럼에도 인생은 살아 볼 가치가 있다고 진정으로 믿어서 너를 잉태했다고 다독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하루하루 그 믿음의 토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더딜지언정 이 길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라고 확신한다.]


끝맺는 말이기도 하고.

책 전체에 대한 통찰이 담긴 말이다.


아이를 낳는 시작이 기적이듯.

우리는 기적처럼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보냈고, 십 대를 보냈으며, 이십 대, 삼십 대. 세월과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의 아이, 혹은 조카, 혹은 동네 꼬맹이가 살아갈 세상이다. 그런데, 어찌 획일화된 삶의 방식에 순응하겠으며, '다 그렇게 살아.'라는 말로 강요하겠는가?


마땅히 다양한 길을 개척하고, 자주 돌아다녀 길을 닦아놓자.

그러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만의 1인분을 살아낸다.


마치며,

한 사람의 인생을 읽은 것 같아 시원섭섭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주류'라면,

저자는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인데.

그런 비주류에 속하는 사람이 자신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고 사회에서 온전한 1인분을 이루는 여정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이 책은 솔직한 인생의 고백이고,

비주류에 속한 사람들에게 주는 위로이며,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주는 용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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