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3개월 차, 브런치 방문이 뜸해졌다..!
안녕하세요? 25년부터는 매달 최소 2개씩 글을 쓰기로 굳게 다짐했지만,
이직하고 3개월 동안 글은커녕 브런치를 들어오지도 못했네요 하하..
다행히 이번 대체공휴일에는 시간이 생겨서 그동안 뒤죽박죽이었던 머리도 정리할 겸 회고를 했어요.
지난 3개월은 단언컨대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시간들이었어요.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동료들과
새로운 룰과 책임..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저에게는 사실 많이 낯설기도 하고 또 생각보다 별 게 아니구나 싶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가고 싶었던 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기대되고 즐거웠던 것도 많았지만 사실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학고인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이곳을 다닐 자격이 되는가?
나는 디자이너로서 떳떳하고 전문성 있게 맡은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
입사 첫날부터 현재까지 저는 반드시
제 스스로 증명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이게 곧 숨 막히는 압박감이 되었어요.
너무나도 제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제 바람과 달리 제가 속한 스쿼드의 환경은 특수한 환경이었고,
제가 무언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시간이 훨씬 더 필요한 상황이었어요.
초반에는 기대했던 이상과 현재 상황의 괴리가 너무 커서 정말 힘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막연한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다행히 다른 좋은 분들과 이 상황에 대해 많이 얘기해 보면서 조금씩 방향을 잡고 있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단언컨대 디자인 챕터의 존재인 것 같아요.
매주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디자이너분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 헷갈리거나 어려운 점이 생기면 바로 물어보고 의견을 구할 수 있는 환경과
사소한 질문에도 정성껏 대답해 주시는 다른 디자이너분들의 존재만으로도 정말 든든함을 느낄 수 있어서 주니어 디자이너가 성장하기 정말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다른 디자이너분들의 인사이트와 러닝도 매주 공유되어서 비슷한 고민이나 시도를 하고 있을 때 실패를 줄일 수도 있었어요.
무엇보다 챕터가 가지고 있는 비전과 지향하고 있는 앞으로의 모습에 공감되고 기대되면서 자발적으로 나도 챕터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는데,
그동안 경험했던 다른 조직의 디자인 챕터를 돌이켜 봤을 때 챕터 관점에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말 탁월하고,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챕터가 있다는 점만으로도 정말 큰 힘이 돼요.
개인적으로..이 챕터를 한 번만 경험해 보면 빠져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예요..
아직 고도화가 안 되어 있는 부분들도 많지만, 회사 내 대부분의 시스템과 체계과 자동화되어 있고 내재화되어 있다는 점도 정말 좋았어요.
간단한 오토메이션은 클릭 몇 번으로 바로 만들어낼 수 있고, 디자이너를 위한 전용 디자인 툴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터널 툴들을 사용할 수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더라도 궁금한 점이나 알고 싶은 점이 생긴다면 직접 툴을 사용해서 생각이나 가설을 다듬을 수 있는 환경이 너무 좋았어요ㅎㅎ
예전에는 데이터 한 번 보려면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부탁을 드리거나, 얕은 수준에서 데이터 분석 툴을 확인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원한다면 매우 깊은 수준의 데이터도 쉽게 볼 수 있어요!
토스의 인터널 제품은 Tools Product Designer가 직접 경험을 설계하기 때문에, 사용성과 경험이 정말x100 탁월해요. 웬만한 글로벌 SaaS보다 훨씬 편하고 기능도 강력해요. 보면 깜짝 놀라실 수도 있어요!
맘같아선 정말 보여드리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부제품이라...
일한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슬랙에서 잠시 얘기만 해봐도 정말 깔끔하게 대화하고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액션을 도출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 것 같아요.
특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정말 직무적인 전문성이 깊은 베테랑분들이 정말 많아요. 회의에서 함께 얘기만 해도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ㅎㅎ
또 신기했던 점은 차가운 사람들만 모여있다는 외부의 소문과는 정~말 달랐어요.
개인적으로 느꼈을 때는, 친절하고 다정하신 분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차가운 사람보다는 열정과 책임을 갖고 진심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마다 힘든 점은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탁월한 사람들과 자꾸 제 현실을 비교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주변 모두가 너무 뛰어나고 맡은 역할을 150% 이상 발휘하시는 모습을 매주 보는데,
정작 제 모습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계속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아쉽게도 그동안은 더 잘하고 싶고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만 앞서나가다 보니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기본적인 임팩트 산정도 잘 못했던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이런 부분들도 다른 디자이너분들이 진정성 있게 피드백해 주셔서
내가 지금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쉽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시도할 수 있었어요.
음 그리고 일이 정-말 많긴 한데.. 이거는 다행히(?) 저에게 크게 힘들지는 않았어요
역시 성향이 중요한 것 같아요 ㅎㅎ
최근에 정말 많은 문제를 마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렬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크게 느낀 점이 있었는데요, 아젠다는 아래와 같아요.
“디자이너가 어디까지 개입하는 게 맞을까?”
저는 인터널 제품을 만들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용자도 운영을 담당하시는 내부 직원분들이에요.
그런데 제품을 사용하시는 행태를 관찰하면서 제 눈에는 비효율적으로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들을 자주 마주 했었어요.
디자이너가 봤을 때는 분명 불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제품의 유저인 다른 운영팀원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건 디자이너가 해결해야 할 불편함인가 아닌가?
애초에 운영 업무에 디자이너가 개입을 하는 게 맞는가?
왜냐하면, 저는 메이커의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유저가 사용하는 행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품단에서 더 쉽고 효율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플로우를 제공하거나 넛지를 줄 수도 있고, 혹은 운영단에 직접 개입해서 이렇게 사용하시라고 부탁드릴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문제에 개입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고민했었어요.
아직 진행 중이라 명확하게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저는 대충 이런 흐름으로
이걸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인 ‘직접 개입하기‘를 선택했어요.
직접 관련 운영 팀원분들께 찾아가서 이런 문제에 대해 공유했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요.
UI 디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도 넓은 의미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고, 디자이너의 역량이라고 믿고 있어요. (아닐수도 있음)
3개월 동안 적응하면서 크게 배웠던 점은 아래와 같아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벽보다 실행과 속도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조금 완벽주의자 성향이라 적당한 때나 이상적인 환경과 상황이 아니면 시작을 잘 못하는 편인데,
대부분 그 이상적인 상황은 절대 찾아오지 않고,
이상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일단 시작해야 찾아온다는 점이었어요.
저는 생각과 고민이 너무 많아서 항상 실행이 늦다 보니까
이 부분부터 바꿔보기 위해서 요즘은 가능한 의식적으로 긴 고민 없이 일단 시작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디자이너의 역할과 사명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꼈어요. 디자이너는 팀원 모두가 일정과 구현에 집중하고 있을 때, 유저의 경험과 사용성을 외치면서 유저의 편이 되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이해관계자와 반대된다고 하더라도 유저의 경험을 책임지고 모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환경이든 디자이너가 고집하지 않으면, 크고 작은 많은 불편함들이 하나둘씩 유저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행히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도 디자이너가 이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고, 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아마도..)
제품을 위해, 유저를 위해, 팀을 위한 의견이라는 암묵적인 컨센서스가 있다 보니까 서로 의견이 반대된다고 하더라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없는 것 같아요 (분명 그럴 거예요..)
다른 이해관계자가 너무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고 순수하게 유저의 경험에만 집중하다 보면, 더 뾰족해지고 예민해지면서 더 깊게 유저의 경험에 집중할 수 있고, 이게 분명 좋은 선순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제품,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비전이나 지향하는 점이 있는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저는 스코프가 작은 일이더라도 어떤 비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몰입할 수 있고, 아무리 큰 일이더라도 이 일이 어떤 방향에 어떻게 기여되는지를 알 수 없으면 몰입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어요.
제 경우에는 안타깝게도 후자였기 때문에 일에 몰입하지 못한 것을 시작으로 이런 깨달음까지 이어졌지만, 제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는 이런 게 필요하다는 것을 일찍 알게 되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3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아직 증명하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3개월 내에 증명하지 못하면 잘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일은 절대 없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아직도 저는 증명하는 것에 목이 말라있지만, 초반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너무 집착하고 있지는 않아요.
매일매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서 당장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다 보면
분명 더 큰 기회가 찾아올 것이고, 그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도 제 스스로 증명했다고 느낄 때까지 매일 조금씩 시도하고, 실행할 예정이고 나중에 이 순간을 돌이켜봤을 때 분명 삶에서 가장 큰 성장의 일부였다고 만족스럽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후후.. 어떤 환경, 어떤 일이든 투쟁과 증명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네요.
오늘도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모든 디자이너분들 모두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