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교실이야기
나의 교실을 이야기하기 전에 내가 이런 내 마음에서부터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 일반학급 담임선생님과 관리자, 학부모, 아이들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늘 불안했고 두렵고 힘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인정받고 안심했지만 한편 늘 허무하고 허전했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눈치가 보이고 위축되어 다시 일을 만들어서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 쉬는 꼴을 못 봤다. 이렇게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삶은 교사로서 인정은 따라왔다. 하지만 무기력, 회의감이 동반되었다.
나에게 어른들의 말이 아빠의 삶을 책임지라는 말로 들렸던 것처럼, 아이들의 삶을 책임져야 할 것처럼 무거웠고 버거웠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늘 괴로웠다. 나의 교실을 발표하면서 창이와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그 말이 나를 이렇게 자유롭게 할 줄이야.
창이는 앞자리 친구와 자리가 좁다고 싸우고 내려왔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붉으락푸르락하며 내려오는 아이의 모습에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다. 막막하고 좌절되다. 내가 어떻게 해도 변화되지 않는 이 현실에 무기력해진다.….
나: 네가 그래서 원하는 게 뭐야?
창이: 자리 배치를 바꿔 달라고 담임께 말해주세요.
나: 그거면 돼?
창이: 네….
믿어지지 않았다. 창이가 원하는 게 고작 자리를 바꿔주는 일이라는 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는데 나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나를 그렇게 무겁게 짓누르던 짐들은 모두 어디서부터 온 것이었을까? 지금 이 순간 아이가 원하는 것은 이렇게 작은 것이었다는 게 알 수 없는 눈물이 났다. 자유로웠다. 안심되었다.
공감교실 사례발표와 전국콘퍼런스에서 사례발표를 하게 되었다. 나의 공감교실을 이야기했고 그 시간은 내가 나를 이해하고 이제 그 짐들을 내려놔도 된다고, 그 짐들은 상대가 아닌 내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더불어 발표를 들으며 함께 울어준 많은 선생님의 눈빛과 공감, 위로 속에서 나는 온전한 이해와 인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공감 교실 발표를 마쳤을 뿐인데 정말 기적과 같은 일들이 나의 삶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그 자체로 예뻐 보인다는 것이다. 이건 나에게 기적과 같은 자유로움을 주었다. 나에게 삶을 책임지라고 다가오는 아이들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자신의 삶을 사는 아이들이 눈앞에 있었다. 지켜보자고 있으면 혼자 피식 웃음 난다. 그 자체로 아이들이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