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쪼그라든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고쳐쓰기 일기를 쓴지 18일 째이다.
어깨가 자꾸 처지고... 목이 자꾸 짧아지고 고개가 자꾸 숙여진다.. 나를 자꾸 쪼그라들게 했다. 속 빈 강정같이.. 나는 키가 큰게 싫기도 했는데.. 글쓰다가 소원이 이루어질 판이다.. 공감의 댓글을 하나 하나 부여잡고..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고... 다시 힘을 내어 하루 하루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고쳐쓰기1번과 출간기획서를 썼다.
다 예전에 써놓은 글들을 다시 꺼낸 글을... 뼈대만 만진다는 마음으로 한번 고쳤다.. 글쓰기는 한번에 하나만 한다는 목표를 잡는 게 좋은 것 같다. 아니면 한걸음도 나아가기가 어려운 것 같다... 작은 목표와 작은 걸음으로 꾸준히 가야 할 것 같다.
그러니.. 이보다 더 진솔하게 과정과 결과가 연결되는 것이 또 있을 까 싶다.. 이보다 더 정직하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있을 까 싶다..
(강원국작가의 글쓰기에 참여하면서.. 피드백을 해주신다며 수강생들에게 메일도 연락처도 알려주셨다. 메일을 썼다. 초고와 출간기획서를 첨부하였다. 무슨 피드백을 받고 싶은지 모르겠어어서.. 그냥 보낸다고 했다. 다 써서 보낸다고 했다.. 구체적인 피드백 내용을 적기엔 돌아 올 말이 무섭고... 어떤 피드백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메일을 보냈다. 그냥 마무리해서 보내는 거라고 하고 보냈다.)
이게 더 그런가... 싶지만.. 여튼.. 한단계 마무리하는 요식행사같은 것이다. 뭐가 부족한지 내가 알고 있다. 어떻게 채워가야 할지도 사실 내가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한단계를 마무리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블로그든, 친구든, 출판사든 간에...
어제는 친한 샘들 모임이 있었다. 프린트를 5부 해갔다. 초고라고 보여주었다. 3주후에 다시 만날 때까지 한번 봐 달라고 했다. 구체적인 피드백 요령도 말해주었다. 동그라미, 세모, 엑스.. 잘쓴 글에 동그라미표 그럭저럭에 세모.. 뭔소리지 하는 글에 엑스표를 해달라고 했다. 그러면 동그라미표가 된 글처럼 나머지를 고칠거라고 했다. 무서우니까 안좋은 글에 너무 큰 엑스는 하지 말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3년전에는 보여주지도 못했다. 그만큼 나의 글도, 나의 마음도 성장했겠다 싶었다...
콩으로는 메주를 만들고, 메주는 된장이 되어 쓰레기 국에 넣는다. 3년전 초고는 네모 반듯 메주가 되어 세상에 나올 수도 있었다. 나는 무슨 이유인지 항아리에 담아 다시 꺼내지 않을 것처럼 짚단을 올려놓고 저기 뒷마당 음지에 놓아두었다. 어느날 맑은 된장국이 먹고 싶을 때.. 오래되고 오래되어 된장의 냄새도 풍기지 않는 항아리를 열어보았다. 휘휘 저어.. 한 국자 떠와 쓰레기 된장국을 만들었다.
오늘 나의 글이 그런 맑은 미소 된장국 같은.. 그런 글 같다.. ...
고쳐쓰기 tip
글이 안 써지는 날은 그런 의미가.
글이 잘 써지는 날은 그런 의미가.
행복과 슬픔이 함께 있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글이 잘써지는 것과 안써지는 것은 같은 것이다. 그게 삶이고 그게 글쓰기 과정이다.
상담을 오랜했던 상담사 언니가 나에게 상담계의 금수저라고 했다.
나는 굳이 이름을 붙히자면 불안장애, 경계성인격장애, 트라우마, 애착손상... 많은 이름을 붙힐 수가 있다...
그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서 지금은 '참 잘 자라왔다'이다. 그 모든 과정을 묶어서 지금은 '초고를 완성했다'이다.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것을.. 글쓰기에서 이 말을 믿는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