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두려움
이 연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후배, 서희(가명)의 질문을 받았을 때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특수교사를 하다 보면 종종 친한 지인들에게서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그건 주변에 아는 사람의 자녀가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의심이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이다.
대학 후배였던 서희의 전화를 받은 것은 벌써 10년 전인 것 같다. 이미 우리는 삶의 기반이 다른 지역으로 바뀐 뒤라 가끔 안부만 전해 듣고 있었다. 세 쌍둥이를 낳았다는 말을 듣고 역시 서희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긍정의 힘으로 잘 해낼 걸 알기에 멀리서 응원하는 마음만 전하고 있었다.
어느날 서희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를 가야 하는데 특수학교로 가야 할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으로 가야 할지 묻는 전화였다. 그런데 다른 지인의 아이가 아니고 서희의 아이들이었다.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지만 서희 앞에서 슬퍼할 순 없었다.
나는 차분히 특수학교와 특수학급을 고민할 때 현실적인 장단점을 말해주었다. 나는 교사가 아닌 같은 학부모로서 특수학교를 권했지만 서희는 긍정적인 성격만큼이나 통합된 환경에서 아이가 교육받고 자라길 원했다. 초등학교는 서희가 원한 대로 또래 아이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렇게 통합교육이 되었다고 한다. 너무 잘된 일이었다.
또 한 번의 전화를 받은 것은 아이들이 중학교에 갈 때였다. 중학교는 다를 거라는 걸 알고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사이 나는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특수학교로 이동해서 근무하고 있었다. 서희는 내게 물었다.
"거기 진짜 괜찮아?"
나는 그 질문에 웃음이 났다가, 이내 심각해졌다가, 난감해졌다. "뭐! 무슨 소리야?"라고 말했지만 영화 도가니가 스쳤다. 그럴 수 있겠다.
우리들의 두려움은 그렇게 투영되어 있을 테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졌지만 서희이기에 가볍게 말했다. 솔직한 마음이기도 했다.
"천국이지!"
우리는 둘 다 빵 터졌다. 웃었지만 슬펐고, 슬펐지만 견뎌야 했다.
천국이라 말하기엔 때때로 지옥과 붙어 있을 서희의 마음을 알기에 어떤 말도 쉽게 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나는 서희를 너무 좋아하고 응원하기에 중심을 잃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특수교사로 경험을 말해주기도 했다.
'서희야, 나는 아침에 버스에서 내리는 애들을 볼 때 너무 예뻐.. 다른 선생님들 표정도 그래. 그래서 그 순간 너무 신나는데.. 너무 예뻐만 하는 게 미안해서 참아'.
아이의 현재를 보고 나는 마냥 예뻐할 수 있지만 아이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엄마가 어찌 안심하고 현재를 마냥 즐길 수 있겠나... 그건 나의 몫, 우리들의 몫이기도 해서 미안했다.
대학 때부터 나의 말이라면 두말없이 오케이 하던 서희도 내 말이라 안 믿을 수도, 믿을 수도 없는 그런 몇 초를 지나... 작게 말했다... '진짜?'
우리 안의 두려움은 그렇게 안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글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전제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왠지 한번 더 강조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연재는 저의 의견이고 개인적인 에피소드일 뿐입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혹시 특수교사에게 궁금했던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물어봐주시면 답변 드릴수 있어요~.
*이 연재는 특수학교에 대한 일상을 전하며 혼자만 알기 아까운 재밌고 감동스런 순간을 전하고 싶어 씁니다. 그래서 막연한 두려움과 선입견이 흐려진다면 더 좋겠어요.
*일요일만 연재일로 했지만 일상을 보내며 연재일은 달라질 것 같아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