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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신부인 Jul 01. 2024

진정한 포유류로 거듭나기

첫 모유수유를 시작한 초산모의 짜요짜요 분투기

단언컨대 내 가슴을 한 번도 본연의 목적대로 이용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몸에 달려있는 기관 중 하나겠거니 하고 여겼을 뿐.

이 곳은 아이를 출산하고 나서 비로소 제 기능을 발휘한다. 

나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정해진 매커니즘인 양, 수많은 여타 포유류들이 그래왔듯이.


초유 도는 시기, 양


대개 자연분만(질식분만)의 경우 출산 후 2~3일차, 제왕절개는 3~4일차 즈음부터 젖이 돌기 시작한다. 

집도한 부위가 제대로 회복되기도 전이라 일어나고 누울 때마다 내장이 쏟아질 듯 아픈데,

와중에 유선이 발달되기 시작해 젖이 단단해지는 게 느껴졌다. 

초유는 처음 아이를 낳고 약 3~7일간 분비되는 노랗고 끈적한 모유인데,

신생아에게 좋은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단유를 결심한 분들이더라도 초유까지는 먹이고 끊겠단 분들이 상당하다. 

본인 또한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단유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초산이라 경험이 없어 간과하고 있었는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기저부 마사지', '젖몸살'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서 젖몸살로 아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직수를 하지 않거나, 개인 사정으로 할 수 없더라도 유축은 할 수 있으니

출산한 산부인과, 조리원 등에 구비 중인 유축기의 종류를 파악하고 대여를 무료로 해주는지,

혹은 젖병, 역류방지기 등 별도 소모품 구매가 필요한 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배유구, 유선이 잘 발달되어 잘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처럼 즙을 짜도 5~10ml가 최선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처음 때는 정말 아팠다.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으나, 다행히도 양이 적은 경우라도 주사기 등으로 먹일 수 있다고 한다. 


공포의 가슴 마사지 


병원에서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고, 단단하다 못해 열까지 뿜는 가슴을 안고 조리원에 입성했다.

다행히 가슴마사지가 매일 무료라서 받을 수 있었는데,

처음 받았을 때는 세상에 이렇게 아픈 마사지가 있나 싶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통곡 마사지'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받다보니 이렇게 시원한 게 따로 없어 기다려진다. 

퇴소하면 유료로 따로 이용해야 하니, 아쉬울 정도로. 


젖은 도는데, 이를 배출하지 못하니 몸에서 열이 나고 아픈 것이 젖몸살이라고 한다.

사람마다 통증의 정도는 상이한데, 심한 경우는 출산의 고통보다 더하다고들 한다. 

다행히 본인의 경우 그 정도까진 아녔으나, 

젖이 점점 돌기 시작하면서 3시간 마다 유축 또는 직수를 하지 않으면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본인처럼 젖양이 적은 경우는 마사지, 유축, 직수를 병행해야 는다고 한다. 

태어난 지 10일이 조금 넘는 우리 아기는 한 번에 80ml 정도를 먹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유축을 하면 40~70ml 사이에 그치고 있어 걱정이다. 


오늘에서야 모유수유 직수 연습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아이가 잘 물지 않는다.

동물 관련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갓 태어난 포유류들의 새끼는 곧바로 모유를 잘 먹는데,

직접 해보기 전까진 누구나 잘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나의 착각이요, 편견임을 이제사 알았다. 


분유에 적응한 아이가 아이가 퉤! 하고 거부한 내 슬픈 가슴 속 울혈.

이 경우 유축기 또는 마사지로 빼주지 않으면 더욱 단단하고 뭉쳐서 통증을 유발한다.

마치 소변처럼, 신체에서 갓 나온 액체류는 대개 체내에 있을 때의 열감을 보유한 경우가 상당한데,

미처 배출하지 못한 오래된 젖을 손유축해보면 '차갑다'라는 느낌이 든다.


나오는 것도 주유기처럼 하나의 구멍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입 안에서 과즙이 터지듯이, 여러 개의 배유구에서 분출되듯 나온다. 이를 사출이라고도 부른다. 

분유를 먹는 방법과 모유를 먹는 방식이 다른데 후자의 경우 상당한 칼로리 소모를 요구한다. 

갓 태어난 아이에게도, 그리고 갓 출산한 산모에게도.

그래서 배가 금방 꺼진다. 이래서 애 낳고 나서는 잘 먹으라고 하나보다. 


모유수유를 결심한 이유


복중에 아이를 두고 있을 때만 해도 언제 방을 빼나, 빨리 낳고 싶다,

먹을 것 제한이 심하니 얼른 단유를 해서 먹고 싶은 걸 맘껏 먹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허나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이 달라진다는 말처럼

애를 낳기 전과 낳고 난 후의 마인드가 달라질 수 있다. 


임신성 당뇨 영향 때문인지 우리 아이는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에 황달로 5일간 입원했었는데,

그게 마치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모유를 거부하는 게 첨부터 잘 먹이지 못해서 적응을 못 시킨 내 탓인가 싶었고,

아직 아기를 대하는 게 어색하고 서툴러서 울리는 것도 내 책임인가 싶어서 마음이 불편했다. 


결정적으로, 모유 수유의 여러 장점 때문에 당초 생각을 접고, 어려운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임신성 당뇨를 앓았던 사람이 모유 수유를 하면 산모에게도 예후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상당한 칼로리 소모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자궁(포궁) 수축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오로 등 노폐물 배출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분유보다 소화가 잘 되는 성분이기 때문에 아기의 약한 소화기관에 맞는 식품이며,

따로 물을 섭취하지 않아도 모유만으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수유 텀이 걱정되어 오래 지속 할 수는 없겠지만, 2개월 정도는 먹이고 단유를 하려 한다.

오늘도 자기 전, 새벽에 유축을 해야지. 

중국어로 '짜요'라는 말이 '힘내'라는 뜻이라고 알고 있는데,

'짜요짜요(모유 유축)'를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힘내라(짜요)라고 다독여줘야겠다. 


#모유 #모유수유 #임신출산 #초산모 #첫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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