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사무소 복지 창구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 의식주에 대한 결핍에 이끌려 수많은 사람들이 복지 창구를 찾아온다. 청소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이 지긋지긋한 밥벌이의 고단함이 인간의 숙명이 아닌가 싶다. 죽는 날까지 수고해야만 땅의 소산을 얻을 수 있다는 성서 구절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내 주변엔 지고지순한 가치를 좇아 종교인의 길을 걷는 이들이 많다. 그 소명감에 의해,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사는 이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놈”들도 있지만, 대다수 그들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먹고사는 문제, 의식주를 하등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가르침엔 동의할 수 없다. 종교든 철학이든, 생존을 위한 욕구를 비천한 것으로 여겨선 진실할 수 없다. 생리적 욕구와 탐욕을 혼동해선 안 된다.
작가 김훈이 했던 인터뷰 중, “문학”을 ”종교“나 ”철학“으로 대치해 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종교도 무력한가요?
『우리 시대의 대안이 종교와 교육이잖아요. 종교와 교육의 힘으로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건 그럴싸한 얘기죠. 그러나 그런 것들은 현실적으로 참 무력하고 타락해 있죠. 참 답답하죠』
―문학은 이런 때 뭘 합니까?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떻게 문학이 인간을 구원합니까. 아니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을 구원해? 난 문학이 구원한 인간은 한 놈도 본 적이 없어! 하하….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펜 쥔 사람이 현실의 꼭대기에서 야단치고 호령할려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문학은 뭐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한다, 이런 어리석은 언동을 하면 안 되죠.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거죠』
https://m.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0202100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