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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29. 2023

아침에 씻는 나는 개운하다.

[아침]1

아침에 눈을 뜬다.

아이가 내 배 위에서 곤히 자고 있다. 

아이가 있기 전에는 그냥 벌떡벌떡일어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아이의 수면상태에 따라 살포시, 아주 조심히 일어난다.


이불 밖의 공기는 매우 차다. 

차디찬 바닥에 맨발이 닿이는 순간, 실내 실내화를 소리없이 찾는다.

엉거주춤.

춥디 추운 바닥에서 갈 곳 잃은 발바닥은 요란하다.

그 모습을 보는 내 반쪽은 배를 잡고 낄낄대지만, 소리는 없다.

차디찬 아침을 맞이한 부부는 아이의 눈치를 보느라 무소거의 모습이다.


아이가 잘때, 나는 급히 씻어야 한다.

하루중에 제일 평온한 순간중 하나이다.


내 반쪽은 거울을 보고, 커피를 내리며 회사갈 준비를 한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샤워하러 간다며 속옷과 옷을 움켜쥐고 욕실로 들어간다.


찹찹한 냉기를 품고 있는 욕실은 나를 동동 구르게 한다.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샤워기를 튼다.

제일 따뜻한 물로 튼다.

따뜻한 물이 아직 나오지 않는 냉기 도는 물은, 의미없이 흘려보낸다.

그 물을 보고 있자면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얼른 뜨거운 물이 나오기를 희망하는 나에게는 그 차가운 물이 기다림, 설렘의 그 자체이다.


뜨거운 물이 흐른다. 

제빠르게 몸을 그 물에 적신다.

머리부터 서서히 발끝까지.

따뜻하게 데워진 몸을 씻노라- 하자면 세상 행복을 다 가진 기분이다,

몸의 긴장이 풀린다.

하루의 시작이, 고단이 시작될 것을 알기에.

더욱더 이 순간이 중요하다.

씻는 동안에는 오늘은 무얼할지,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다, 생각이 넘치는 순간.

생각이 멈추는 순간.

그 따뜻한 물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잠에서 깬 아이가 나를 반긴다.

큰 두눈을 꿈뻑이면서, 산발이 된 머리를 한 아이는 나를 바라본다.


"안녕."

내가 인사한다,

"안녕."

아이가 인사한다.


아침에 씻고 나온 나는 개운하다.

개운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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