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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Mar 04. 2024

첫 책을 낸 작가는, 첫 독자가 생기고

첫 책을 내고 나니, 당연한 일이지만 첫 독자가 생겼다. 그리고 내 책을 읽은 첫 독자군(群)의 목소리를 듣게 됐다. 그리고 나에게 직접 온 것은 아니지만, 첫 독자 편지도 받았다. 

모든 '첫'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나는 요즘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매우 신비롭다.


나의 점조직들이 움직였으므로, 당연하게도 나의 첫 독자군(群)은 나의 지인의 지인들이다


가장 먼저 독서 후기를 전한 독자는, 내 엄마의 친구였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 친구는, 책을 받은 날 저녁 잠깐 살펴본다는 것이 그만 너무 재미있어 내쳐 끝까지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엄마에게 장문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고도 더 할 말이 남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고, 또 한참을 책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엄마에게 전해 받은 메시지를 읽으며, 나는 엄마와의 간극이 좁혀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엄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눠 본 경험이 없다. 하지만 내 책을 매개로 나는 70대인 엄마와, 마찬가지로 70대인 내 엄마 친구와, 난생처음 양귀자를 말하고 시어머니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뜻밖의 소득이다. 40대와 70대는 어쩌면 독서 모임을 하기에 딱 좋은 나이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72세 내 엄마가, 친구에게서 받은 독서 후기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독자 편지도 받았다. 

첫 독자 편지의 주인공은, 내 언니의 제자다. 

내 언니는 성인 문해 교사다. 편지를 써 준 언니의 제자는, 내 엄마 연배시다.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말한다. 어쩜 내 상황과 이렇게 비슷하냐고. 나도 7남매 집안에 시집을 갔고, 나도 막내며느리였고, 나도 나이 많은 홀 시어머니를 만났다 한다. 약간 씩 다르지만 상당 부분 나와 비슷한 삶을 겪으신 분들, 그런 분들이 깊게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셨다. 그래서 더 몰입이 되었다고 하셨고, 글의 말미에는 항상 (부끄럽게도) 나에게 '예쁘다'라고 해 주셨다. 나는 내 글을 읽고 이렇게나 정성스레 소감을 전해 주신 그분들께 큰 빚을 진 기분이다. 나는 많이 부끄럽지만 한편으로 많이 기쁘기 때문이다.


나의 첫 독자 편지, 일부분


"난, 작가의 남편이 정말 짠했어." 

새로운 시각이다. 내 책을 읽은 대다수(아마도 99%)는 여자들이다. 그들은 며느리이거나 어머니이거나 딸이었을 거다. 아니 며느리이고 어머니이고 딸이었을까. 그런데 내 책을 읽은 첫 남자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은 내 남편이 정말 애틋했다고. 유년기에 이런 어려움을 겪은 지는 몰랐다고. 그냥 마냥 사랑만 받고 자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다고. 그리고 불운했던 유년기를 자책했던 본인의 과거가 조금 부끄러워진다고. 내 책을 읽은 첫 번째 남성 독자는 내 남편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 남성 독자였다. 나중에 나중에 더 많은 남성 독자가 내 책을 읽는다면, 그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꼭 들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내 엄마의 소감.

많은 지인들이 말한다. "친정 엄마가 서운해하지 않으셨어?" "시어머니 이야기로 첫 책을 썼는데, 질투 안 하셨어?" 그럼 나는 1초의 고민 없이 말한다. "에이, 우리 엄마 그런 캐릭터 아니에요." 맞다. 내 엄마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다. 책을 내기 전에 내 책이 좀 슬프다고 말하니, 엄마는 아주 해맑게 "너는 왜 슬픈 이야기를 썼어~ 기쁜 이야기를 쓰지."라고 말했던 분이다. 며칠 전 엄마가 드디어 내 책을 다 읽었다고 하셔서, 언니가 소감을 물었다. 엄마는 물론 일목 요연하게 엄마의 소감을 말하지 못했다. 엄마는 그런 경험이 없으시니 당연하다. 나는 엄마가 난처하지 않게, 소감이 나오길 길게 기다리지 않고 이런저런 말들을 내가 먼저 했다. "재미있었지? 잘 읽히지?" 등의 말을 먼저 선수 쳐서 했다. 


그런데 엄마의 말속에서 내가 발견한 말.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봤어."

엄마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반짝, 깜짝, 반가웠다.

'오호. 그래? 그렇단 말이지. 심봤다. 내 아들의 바람대로 다음 책은 판타지, 가능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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