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편집본을 받았다.

by Agnes

나의 두 번째 책 <노년을 읽습니다(가제)> 편집본을 받았다.


두근두근, 언제쯤 책을 받아볼 수 있을까 기다렸는데 드디어 왔다. 나는 역시나 열일 제쳐두고 그것부터 읽었다. 모든 집안일이 정지됐다. 설거지도 빨래도 내 식사도 정지. 학교 업무는 편집본 오는 일정에 맞춰서 미리미리 해 놓았고. 고등학생 아이 간식 준비도 소홀. 아이가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기억도 못 한다. 어제 아침에도 어느 순간 집이 고요해서 보니, 남편이 아이를 데려다주러 함께 나가고 없었다. 나에게 책과 글은 그렇다. 모든 일을 멈추게 하는 그 무엇이다.


지난겨울 집안의 두 분 어른을 떠나보내고 헛헛한 마음을 글을 쓰며 보냈다. 온전한 정신이었을 리 없는데, 그럼에도 글이 써졌다. 글을 쓰면서 애도의 시간을 어찌어찌 꾸역꾸역 보냈다.


탈고한 지 세 달. 딱 세 달 만에 편집본이 왔다. 그 사이 원고는 경기도 우수출판물 지원사업 공모전에 출품되었고 신기하게도 선정이 되었다. 모두 손과 발이 바쁘게 열정으로 움직여주신 출판사 대표님 덕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너무 기쁘다.


이 책에는 어머니의 마지막이 들어있다. 어쩌면 <연애> 속편으로 느껴지는 글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생각했다. 어머니는 또 이런 방식으로 내가 어머니를 추억하고 잊고 애도하게 해 주시는구나. 그런 것까지 다 어머니의 몫으로 삼아 나를 끝까지 살펴주시는구나. 나는 어머니 이야기로 내가 염원하던 책을 냈고, 어머니가 가고 나서의 날들을 또 어머니 이야기를 쓰면서 겪어내고 있고, 내게 다가올 날들도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들을 쓰면서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용기를 얻었다. 시작은 어머니였다.


이런 생각들을 하니 조금 덜 외로워진다. 이제 세상에 어머니가 없지만 나는 사는 내내 어머니를 생각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쓰는 삶을 꿈꾸게 단초를 만들어 주신 분이 바로 어머니므로, 쓰는 한 어머니를 잊을 순 없을 테니까. 어머니로 비롯해 시작되었다는 것을 잊을 수 없을 테므로.


대체 나에게 얼마나 좋은 인연이 온 건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욱더 깨닫는다. 살면서 만난 모든 인연이 좋을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좋은 인연의 힘은 너무나 세다. 그래서 그것에 기대어 하루이틀사흘 살아갈 수 있다.


출간 예정일은 6월 15일이다. 이제 곧 표지 디자인에 들어갈 테고 완성본이 올 테고 진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내 책이 나에게 오겠지. 한 달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낼 일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너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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