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누나가 다섯, 형이 하나다.
결혼식 청첩장을 가지고 회사 상사에게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나를 많이 아끼시고 예뻐해 주셨던 그분께서는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
누나 다섯은 만만한 집안이 아니라고.
그때 나는 속으로
외아들이 아니니 되었고
누나들이 다 내 어머니 연배시니 괜찮다고
또 내 친구들은 결혼 직후 시부모 환갑 칠순 챙기느라 바쁠 텐데
나는 환갑도 칠순도 지난 시어머니 한 분뿐이니
한갓지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처럼
나이 많은 시누들은 계신 듯 안 계신 듯
나이 많이 어린 올케에게 좋은 말만 해 주었고
깊게 사랑하지도 깊게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소 외로웠으나 성가시지 않아 좋았다.
큰동서는 존재감이 있었다.
명절과 생리기간이 겹치면, 아주버님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냈다.
동서는 뭔데 제사 때도 딱 시간 맞춰 오고
명절날도 아침 먹고 바로 가냐고
아주버님께 하소연을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동서는 왜 친정 집안도 좋아 보이는데
이런 가난한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왔냐고 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동서가 싫고 밉다고 했다.
가끔은 집에 와 울었고
시댁을 떠날 때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맥주캔을 샀다.
명절과 제사 즈음에는 우울했지만
또 회사에 가면 소중한 것도 지겨운 것도 다 잊게 되니까 그렇게 살았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나에게 말했다.
느이 큰동서가 소갈머리가 좁다고
너가 이해하고 살라고
그 말을 하셨던 때가 십 년 전이다.
그때 딱 한번 그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후로 전혀, 그 비슷한 화제조차, 입에 올리신 적이 없다.
내 시어머니는 귀가 어둡고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태생이 말수가 적으시다.
왜 그 말이 이제야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딱 적당한 때에
딱 한번 그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이 평생 나를 위로하고 있다.
내 시어머니 78살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