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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01. 2021

느이 큰동서가 소갈머리가 좁아

남편은 누나가 다섯, 형이 하나다.


결혼식 청첩장을 가지고 회사 상사에게 인사드리러 갔을 때

나를 많이 아끼시고 예뻐해 주셨던 그분께서는 나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안 되겠냐고 하셨다.

누나 다섯은 만만한 집안이 아니라고.


그때 나는 속으로

외아들이 아니니 되었고

누나들이 다 내 어머니 연배시니 괜찮다고

또 내 친구들은 결혼 직후 시부모 환갑 칠순 챙기느라 바쁠 텐데

나는 환갑도 칠순도 지난 시어머니 한 분뿐이니

한갓지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던 것처럼

나이 많은 시누들은 계신 듯 안 계신 듯

나이 많이 어린 올케에게 좋은 말만 해 주었고

깊게 사랑하지도 깊게 관여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다소 외로웠으나 성가시지 않아 좋았다.


큰동서는 존재감이 있었다.

명절과 생리기간이 겹치면, 아주버님에게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냈다.

동서는 뭔데 제사 때도 딱 시간 맞춰 오고

명절날도 아침 먹고 바로 가냐고

아주버님께 하소연을 했다고 나에게 전했다.

동서는 왜 친정 집안도 좋아 보이는데

이런 가난한 아무것도 없는 집에 시집왔냐고 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동서가 싫고 밉다고 했다.


가끔은 집에 와 울었고

시댁을 떠날 때는,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가서 맥주캔을 샀다.

명절과 제사 즈음에는 우울했지만

또 회사에 가면 소중한 것도 지겨운 것도 다 잊게 되니까 그렇게 살았다.


어느 날 시어머니가 내 손을 잡고 나에게 말했다.

느이 큰동서가 소갈머리가 좁다고

너가 이해하고 살라고


그 말을 하셨던 때가 십 년 전이다.

그때 딱 한번 그 이야기를 하셨다.

그 이후로 전혀, 그 비슷한 화제조차, 입에 올리신 적이 없다.

내 시어머니는 귀가 어둡고 나이가 많기도 하지만

태생이 말수가 적으시다.


왜 그 말이 이제야 생각나는지 모르겠지만

딱 적당한 때에

딱 한번 그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이 평생 나를 위로하고 있다.



내 시어머니 78살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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