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은 바뀌었지만, 전세살이는 그대로였다

정책은 달라졌지만, 전세 불안은 여전했다.

by 고광호
ChatGPT Image 2025년 6월 23일 오후 10_46_51.png

뉴스에서는 전세 대책이 나왔다고 몇 번이나 떠들썩했지만, 막상 내 삶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분명 법이 바뀌었다는데, 내가 체감한 현실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변화를 체감하기엔 늘 뭔가 부족했고, 내 전세살이는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였다.


제도는 분명 바뀌었는데 왜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부가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신고제 같은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을 때, 처음엔 나도 기대를 가졌다.


드디어 세입자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오려나 싶었다. 그런데 막상 계약 연장을 요청하던 날, 집주인의 표정 하나로 모든 기대는 사라지고 말았다.


재건축 이야기를 슬쩍 흘리며 부담스럽게 만드는 그 기류는, 법보다 현실의 압박이 훨씬 무겁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세입자 보호장치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다르다. 집주인과의 관계나 앞으로 살 집을 또 찾아야 하는 피로감 때문에, 권리를 주장하는 게 오히려 손해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정책은 조작 몇 번이면 큰 도움이 되는 데 반해, 주거 정책은 여전히 스스로 공부하고, 신청하고, 설득해야 하는 긴 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불안

한동안 뉴스에서 전세사기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을 때, 나도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집이 안전한지 걱정이 되었다.


확인해야 할 건 많았지만, 인터넷 등기부등본 하나 떼는 것조차 낯설던 그때,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기 일쑤였다.


특히 보증보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제 안전하겠구나’ 싶었는데 막상 가입 조건을 보니 해당하지 않는 항목이 꽤 많았다. 실질적인 보호막이 되어줄 것 같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복잡했다.


보증금을 두고 마음 졸였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집주인이 갑자기 매매를 고려한다는 얘기를 꺼냈던 그 날,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돈이 혹시 안 돌아오면 어쩌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당장 다음 집을 알아보는 것도 걱정이지만, 보증금 문제는 내 삶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위험 요소였다.


정책이 놓치고 있는 것들 그리고 세입자의 현실

정책을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란 걸 전세살이 하면서 절실히 알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존재해도, 그걸 몰라서 못 쓰거나 아예 접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법률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세부 조건을 하나하나 이해하고 적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게다가 정책이 있다고 해도, 그걸 직접 적용하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꽤 든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권리일 수 있어도, 내겐 감정 노동이자 정보 싸움이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주거 문제를 여전히 단기적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이었다.


정책은 잦은 전세 이사와 계약 만료 시점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았고, 정작 세입자가 ‘안정된 삶’을 꾸려나가는 과정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안정적인 거주 생애라는 것이 단지 몇 년짜리 계약에 머물러서는 안 될 텐데, 정책은 아직 거기까지 닿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필요한 건 예측 가능한 삶의 구조

지금도 계약 만료 6개월 전이 되면 자동으로 긴장 상태가 찾아온다. 이사를 가야 하나, 보증금은 안전한가, 아이 학교는 어떻게 옮겨야 하나—이런 고민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나온다.


정책이 바뀌었음에도 이런 걱정이 여전하다는 건, 아직 제도가 삶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다는 방증 아닐까.


물론 제도가 필요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제도는 꼭 필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것이 얼마나 현실 속에서 작동하느냐다. 그리고 그 작동의 중심에는 세입자의 삶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숫자와 통계로 평가되는 제도가 아닌, 실제 사람이 겪는 문제를 들여다보며 설계된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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