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심심하다.

엄마는 평생 일만 하셨다.

by 웃살MJ

엄마는 평생 일만 하셨다.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나의 외할머니께서는 엄마가 이십대 초반일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엄마는 자신의 인생은 모두 포기하고 온갖 집안일을 도맡으며 아직 학생이었던 세 명의 남동생을 키웠다고 했다. 그리고 결혼 후 몇 년 동안은 사랑스런 아이들을 키우고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저녁 밥을 차리는 등 평범한 엄마로서 살며 행복했지만, IMF로 인해 남편이 실직했고 집안이 기울었다. 실직 후 빚을 내어 한 아빠의 사업들은 모두 실패했고, 결국 한 집안의 가장은 우리 엄마가 되었다.


그렇게 엄마는 63세까지 일만 했다. 본인의 인생은 없이, 평생 뼈 빠지게 일했는데도 돈 앞에서 전전긍긍하면서 살았다.

이제 세 딸들은 모두 다 커서 제 밥벌이 하고 있고, 빚도 다 갚았고, 무엇보다 엄마 손목과 허리 등의 상태가 더이상 일을 하면 안 돼서 지금은 은퇴 후 집에서 쉬고 계신다. 은퇴 후 처음 1년은 캘리그라피, 요가 등을 배우러 다니며 편히 쉬었는데, 2년 차인 요즘은 정말 심심해 하신다.

어떤 날에는 뭐하고 있냐고 여쭈어보면 '멍청하게 가만히 있어.'라고 말씀하실 때도 있다. 집에만 있으니 우울하다고 하신다. 새로운 것을 배워 보면 어떨까 하고 동생들이 여러 강좌들을 추천해 주기도 했는게 가고 싶지 않다고 하신다. 친구분들이나 이모, 삼촌들이 먼저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하면 즐겁게 응하지만, 먼저 연락은 안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너무 심심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제안해 봐도 다 시큰둥해서,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가끔은 답답하기도 하다.

평생 자신의 삶 없이 일만 하다보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걸까? 뭘 하고 싶은지도 떠오르지 않는 걸까?


현재의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나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 은퇴하면 심심할까?라는 고민도 생겼다.

아빠도 돌아가시기 전에 '이제 인생이 재미가 없다.'라고 말하신 적이 있다. 젊은 시절에는 하고 싶은 거 못 하면서 열심히 돈 벌었는데, 돈 다 벌고 나서는 할 게 없다니..


어떻게 해야 엄마의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재미나게 살게 할 수 있을까? '사는 게 너무너무 재밌어. 그동안 이렇게 못 살았다니 아까워.'라고 말하는 엄마가 보고 싶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다 해보면서 남은 인생은 행복하고 재미있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이 길었으니까, 인생의 남은 날들은 행복만 해도 모자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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