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80%인 '우리'가 르브론만큼 중요한 이유
'파레토의 법칙(80/20 법칙)'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9세기말, 이탈리아의 경제학자는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는 자신의 정원에서 콩을 심다가 우연히 "잘 여문 콩의 80%는 전체 콩깍지의 20%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사회 현상에 대입해 보니, 당시 이탈리아 전체 토지의 80%를 상위 20%의 인구가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죠. 이 법칙은 세상의 모든 일이 1:1로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는 상위 20%의 VIP에게서 나오고, 하루 동안 처리한 업무 성과의 80%는 집중해서 일한 20%의 시간(보통 오전 시간)에서 나옵니다. 스마트폰에 수많은 앱이 깔려있지만, 사용 시간의 80%는 카톡, 유튜브 등 상위 20% 앱에 쓰는 것에서도 알 수 있죠. "전체 성과의 80%는 상위 20%의 손에서 나온다." 이 말은 마치 나머지 80%의 사람들은 그저 자리를 채우는 잉여 존재이거나, 상위 20%가 되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미완의 존재처럼 들리게 합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강요합니다. "상위 20%가 되어라. 대체 불가능한 에이스가 되어라." 하지만 현실을 냉정히 보면, 우리 대부분은 20%의 천재나 리더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80%에 속한 평범한 우리는 패배자일까요? 그저 20%를 빛내주기 위한 배경에 불과한 것일까요?
이러한 현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현대의 NBA(미국프로농구)입니다. 그중 'LA 레이커스'라는 팀은 농구에 관심 없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인 '르브론 제임스', 레이커스의 새로운 핵심인 '루카 돈치치', 언 드래프티 신화를 쓰고 있는 '오스틴 리브스', 이 세 선수의 공 소유비율이나 득점 비율이 80%에 이릅니다.(NBA 한 경기에 참여가능한 선수는 15명으로 저 세명은 20%에 해당) 하지만 슈퍼스타를 3명이나 보유해 우승가도를 달려야 할 것 같은 LA레이커스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오늘 해볼 이야기에 그 답이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80%가 없으면 20%는 단 1승도 거둘 수 없습니다.
LA 레이커스의 슈퍼스타 트리오는 경기 내내 공을 소유하고, 화려한 드리블로 득점을 올립니다. 파레토의 법칙으로 치면 그들이 바로 팀 승리의 80%를 책임지는 '핵심 20%'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 농구의 흐름은 바뀌었습니다. 감독들은 이제 공을 오래 소유하는 슈퍼스타만큼이나,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간절하게 '3&D' 유형의 선수를 찾습니다.
'3&D'란 3점슛(3-point)과 수비(Defense)에 특화된 선수를 말합니다. 이들은 화려한 개인기를 부리지 않습니다. 묵묵히 상대 에이스를 막아내고(수비), 우리 팀 스타가 공을 잡을 때 빈 공간으로 뛰어가 조용히 슛을 쏠 준비(3점슛)를 합니다. LA레이커스도 팀에 이런 유형의 선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3&D 유형의 선수가 공을 가진 시간은 고작 몇 분, 아니 몇 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상대 수비는 르브론이나 돈치치에게 집중될 것이고, 아무리 뛰어난 슈퍼스타도 5명의 수비를 혼자 뚫을 순 없습니다. 결국 '3&D'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코트를 넓게 벌려주고 궂은일을 도맡아 주기에, 스타의 화려한 플레이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 사회의 대부분의 조직도 농구 코트와 다르지 않다고 느낍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앞에서 리드하는 교장 선생님이나 기획을 주도하는 부장님 같은 '상위 20%'가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회사를, 그리고 이 사회를 실제로 굴러가게 하는 건 누구입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묵묵히 아이들의 급식을 준비하고, 매일 아침 교문을 지키는 80%의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모두 르브론 제임스가 되어 공을 잡겠다고 나선다면 팀은 어떻게 될까요? 공은 하나인데 서로 슛을 쏘겠다고 싸우다 자멸할 것입니다.
혹 내가 이 팀에서 20%의 에이스가 아니라고 기죽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슛을 쏘지는 않지만, 내가 없으면 이 경기는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화려한 지붕(20%)을 받치고 있는 것은 튼튼한 기둥과 바닥(80%)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위치를 80%라고 인정하는 것은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냉철한 전략'입니다. 내가 르브론처럼 화려한 드리블 공격을 할 수 없다면, 억지로 그것을 흉내 내다 실책을 저지를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내가 팀을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에 집중하면 됩니다.
요즘 NBA에서 A급 '3&D' 선수들이 화려한 공격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수비나 3점슛을 못 던지는 어설픈 에이스보다 훨씬 가치가 높고,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내 자리에서 내가 확실하게 기여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으십시오. 각광받는 3&D 선수들도 3점슛이나 수비 한 가지가 아니라 팀에서 가장 필요한 1+1의 능력을 가졌기에 각광받는 것이지요. 남들보다 꼼꼼하게 자료를 정리하는 능력(수비), 동료의 힘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공감 능력(어시스트), 위기의 순간에 침착하게 대안을 내놓는 한 방(3점슛)과 같은 것들 말입니다.
당신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제 몫을 해내면서 나만의 무기를 키울 때, 조직은 당신을 '대체 불가능한 선수'로 인식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본 적이 있나요? 주연 배우의 이름은 처음에 잠깐 나오지만, 그 뒤로 수천 명의 스태프 이름이 칠흑 같은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그 수천 명의 80%가 있었기에 영화는 완성되었습니다.
공을 갖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화려한 조명을 받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우리는 기꺼이 땀 흘리며 수비하고, 빈 곳을 찾아 달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십시오. 마지막 버저비터가 터지는 순간, 가장 크게 환호받고 인정받는 사람은 골을 넣은 스타가 아니라 그를 믿고 뒤를 받쳐준 우리들입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 세상이라는 팀의 자랑스러운 주전 선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