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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 Aug 11. 2024

한 사람이 한 마디씩만 해도 21마디

드디어, 여행 당일, 단톡방은 불이 났다. 사전에 집결 장소를 고지했음에도 계속해서 연락이 왔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한 통화씩 돌렸다. 전화를 받은 사람 모두가 설렘을 숨기지 못하는 상기된 목소리 톤이었다. 덩달아 나도 신났다. 추석연휴여서 공항이 붐빌 것을 예상하여 비행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집결했다. 좌석 티켓팅을 하고, 공항 내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21명이 다 같이 앉을 수 있는 식당은 없었다. 간신히 푸드코트를 발견해  자리를 찾는 그 와중에 어린 동생들은 햄버거를 먹겠다고 한쪽으로 달려갔다. 햄버거를 계산하고 온 사이에 어른들은 속속 자리를 찾아 앉아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메뉴를 고르려고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들이 순간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를 주문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비행기의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우리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했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드디어, 약 50분의 비행을 마치고 8남매는 제주도에 입성했다. 

제주도에 입성한 8남매는 각양각색이었다. 냅다 직진부터 하는 큰삼촌에, 사진부터 찍는 이모들, 담배 피울 곳부터 찾는 이모부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는 어린 동생들.. 한 사람이 한 마디씩만 해도 21마디였다. 

이렇게 개인행동을 하게 되면 이번 여행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 했다. 


"지금부터 개인행동은 금지입니다. 정해진 일정과 제 안내에 따라서 움직여야 하고, 만약에 개인행동을 할 경우에는 두고 갑니다."


8남매가 일제히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대답을 했다. 

8남매의 약속을 받아낸 나는 8남매를 이끌고 예약한 버스가 주차되어 있는 주차장으로 향했다. 

시설이 꽤나 좋은 우등버스였다. 이모들이 탑승하면서, '너무 비싼 거 예약한 거 아니야?, " 옆에 주차되어 있던 차 정도여도 됐을 건데"라는 말이 들렸다. 


"이 버스 예약할 때 다 동의 얻고 예약했고, 다리 아프신 분들도 계시고 해서 좀 더 좋은 버스로 예약했으니까 편하게 여행하는 걸로 해요 이모들"

"그래, 이거 우리가 선택한 버스니까 군소리 말고 00이 말 들어"


내 편을 들어준 이모부에게 작게 고맙다고 입모양으로 인사를 전했다. 

첫날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서쪽에 있는 협재해변에서의 가족 단체 스냅사진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 이후에는 8남매끼리 언제 여행을 갈지 미지수 이기 때문에 내가 어른들을 설득해서 넣은 프로그램이었다. 초반에는 무슨 사진을 찍냐고 했던 어른들이 막상 사진 촬영 시간이 다가오자 거울을 보고 화장을 고쳤다. 커플들끼리 남매들끼리 가족들끼리 그룹별로 사진을 찍고, 단체 사진을 찍는 순서로 진행됐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른들은 부부끼리 사진을 찍는 것이 꽤나 어색해 포즈를 잡는 거에서부터 한참이나 걸렸다. 그 와중에 보석 같은 사진들도 몇 장 건질 수 있었다.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사진을 찍느라 왁자지껄했던 8남매들도, 협재의 아름다운 일몰을 그저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일몰이 아름다운 협재해변을 8남매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바라봤을까?

그중 나는 8남매 중에 유일하게 직계가족 없이 온 이모의 등을 바라봤다. 이모는 오래전 사별을 해 이번여행에는 자식과 남편 없이 유일하게 혼자 여행을 왔다. 나는 이모의 뒷모습을 사진을 찍었고, 노을과 이모의 모습이 잘 어우러졌다. 이모에게 보여주니 마음에 들었는지 환한 미소를 보였다. 


저녁식사는 직판장에서 회와 해산물을 직접 구입해 숙소에서 먹는 것으로 진행됐다. 싱싱한 해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둘러보는 8남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숙소에 들어와 오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저녁식사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예상치 못한 일은 그다음 날 아침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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