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영어 혼공) 재미없는 만화와 10분의 미학

대화 상대의 점진적 확대를 통한 연습

이종범 작 <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101가지> 중



웹툰 작가 이종범님의 저서 <웹툰을 그리면서 배운 101가지>에 나오는 문구이다. 작가의 말대로, ‘슬프게도 이 단계를 건너뛰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은 영어를 배우고 가르쳐본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영어를 멋있고 재미있게 하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렇다. 그러나 영어를 잘하려면, 그다지 멋있지도 못하는 영어를 수도 없이 해야 한다. 나 역시 그랬다. 초등학교 5학년을 한 달 남긴 시기, 낯선 미국에서 처음 영어를 접했을 때, 또 대학 졸업 후 뒤늦게 유학을 갔을 때 외에도, 현지에서 증권사 인턴을 거쳐 경영전략 컨설턴트로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특히 더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커리어를 이어 나가면서, 이 시련의 과정을 또 한 번 호되게 겪었다. 영어로만 배웠던 다양한 경제와 금융 관련 용어들을 다시 우리말로 익히고 설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업무 진행에 필요한 수많은 문서를 번역하고, 각종 회의를 통역하는 일까지 해야 하다 보니, 용어에 대한 이해와 전달 방식이 여타 직장 동료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뤄져야 했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연습이다. 이것이 나만의 ‘재미없는 만화를 그려보는’ 방법으로 적용한 주요 전략이 연습 상대의 점진적 확대였다. 즉, 업무 연관성이 적은 대상에서 시작해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상으로 단계별로 옮겨갔다.


출발은 항상 비금융권 직업을 가진 남편이었다.  비금융인도 이해할 정도로 쉽게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였으니, 첫 상대로서는 적격이었다. 매일 아침 우리 부부는 함께 남편 차로 출근하면서 오르면서, 나는 조수석에 앉아서 때로는 서류를 들여다보면서, 때로는 파운데이션을 바르고 눈썹도 그리면서 끊임없이 조잘조잘했다. 나 스스로 생각을 말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므로, 남편의 반응이 중요하지는 않았지만, 곁눈질로 남편 미간에 미세한 찌푸림이 없는지 살피면서, 내 말이 너무 빠르거나 이해하기 힘들지는 않은지 가늠하고는 했다.


그리고 출근 후에는, 대체로 팀 막내 등 후배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해본 후, 이들의 반응을 근거로 수정과정을 거쳐서, 궁극적으로는 다양한 클라이언트들과의 소통으로 이어 갔다. 클라이언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관의 혈기 넘치는 주니어 매니저들을 항상 피드백이 빠르고 날카로웠다. 그래서, 이들은 고객으로서의 수익 기여도에 관계없이, 가장 먼저 대화의 상대가 되고는 하였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후 경력 10년 이상의 노련한 고객에게 전할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잘 정돈될 수 있었다.


이렇게 연습 상대를 점진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방식은 뉴욕에서 컨설턴트로 재직 시절 그 가치를 처음 배웠다. CEO와의 대담 시간은 평균 15분 정도에 불과했다. 유용한 정보를 최대한 정제된 언어와 탄탄한 논리로 준비한 후 진행해야,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컨설턴트로서 가장 먼저 배운 업무소통의 원칙이기도 하다.


능숙한 초급 이상의 영어 혼공러들 또한, 이러한 방식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1.     3분 스피치의 밑그림을 위해 bullet points로 key message 3가지와 keyword 5개를 나열한다.


2.     혼자서 연습 2회 진행한다. 이때 끊김 없이 3분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인사와 감사를 전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3분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3.     핸드폰 녹음 기능을 활용해 녹음하면서 연습 1회를 진행한다. 이때, 녹음을 다시 듣는다면 연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4.     가장 편하고 만만한(?) 대상을 상대로 연습한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면,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연습한다.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연습하는 과정은 처음에는 의외로 오글거린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을 택했다.


5.     말한 내용을 글로 적어본다. 그리고 필요한 수정을 진행 후, 2번~4번의 과정을 다시 거친다.


1번~4번의 과정을 거치는 데에는 불과 10분이면 된다.

10분 투자해서 ‘재미없는 만화’을 빨리 그려보자. 그리고 나면, ‘재미있는 만화’이 반드시 나올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영어혼공) 영어 글쓰기 머가 어려운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