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터 8년 차가 말하는 소셜 쟁이의 삶
내가 8년 동안 해온 일은 디지털 마케팅. 나는 스스로를 '소셜 쟁이'라고 부른다.
*현재는 소셜 쟁이의 삶을 청산하고 육아휴직 중이지만, 휴직 전에 써둔 글을 다시 만져보았다.
소셜 쟁이의 일은 작게 하고자 하면 아주 작고, 크게 하고자 하면 아주 커진다. 그저 SNS에 올릴 글을 쓰는 사람에서 멈춘다면 거기까지인 거고,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 브랜드를 떠들썩하게 만들 대단한 포부를 가졌다면 아주 큰 일하는 사람이 된다. 나는 매번 후자이고 싶었지만 현실은 전자였던 것 같다.
초창기 소셜쟁이 시절. 스마트폰에서 손과 눈을 떼지 못한다
대부분의 회사는 가장 어린 직원을 소셜 담당자로 지정한다. 요즘에는 인식이 굉장히 바뀌어서 디지털 중심의 마케팅을 전개하고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지만, 여전히 디지털 마케팅은 ‘저렴’하고 ‘쉽고’, ‘젊은 누군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상은 광고 클릭 한 번에 몇만 원의 비용을 쓰기도 하고, 이미지 시안 하나에 몇 천만 원을 쓰기도 한다.
소셜 쟁이로서 나의 강점을 말하자면, 트렌드를 항상 빠르게 좇으려 노력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낸다. 사실 원래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죽순이었고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스마트폰 중독자의 삶이 소셜 쟁이에겐 큰 강점이 된다. 그럼에도 항상 부딪히는 건 우리 브랜드에 어떻게 녹일 것인지, 윗사람들에게 이 아이디어가 왜 실행되어야 하는지 설득하는 과정이다. 회사에서 ‘폭주기관차’로 불리며 남다른 추진력을 뽐내지만, 여전히 우리 브랜드에 찰떡같은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험난하기만 하다.
소셜마케팅으로 강연이라, 세상 힘든 일
소셜 쟁이를 꿈꾸는 파릇파릇한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인터넷 세상에서 보는 모든 것을 내 브랜드와 엮어보자.
몇 년 전부터 가장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마케팅은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다. 소위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유튜버의 팬덤을 이용해 우리 브랜드의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것이 우리 브랜드와 맞는 크리에이터를 찾는 일인데, 포인트는 ‘생뚱맞은 조합’을 찾는 것이다. 코스메틱 브랜드라면 뷰티 유튜버에게 의뢰하는 게 응당 맞겠지만, 우리 브랜드와 찰떡같은 유튜버를 찾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대박’은 ‘의외성’에서 오기 때문에, ‘네가 거기서 왜 나와…?’싶은 조합이 디지털에선 더 먹히는 법이다.
비단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커뮤니티에서 본 신조어 하나, 예전에 저장해 둔 짤 하나에서 영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셜 쟁이라면 커뮤니티의 흐름을 읽어야만 한다. 어렵다면 커뮤니티 인기글을 모아놓은 곳이라도 뒤져가며 ‘요즘 친구들은 뭘 보면서 웃고 떠드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디지털 마케팅에 포함되는 업무라면 무엇이든 다 살펴보자.
나는 오랜 시간 ‘공식 소셜 채널 담당자’로 지냈다. 공식 채널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가끔은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병맛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디지털 마케팅에서 중요한 건 디지털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는 IMC적 관점이다. 공식 채널 담당자라고 경쟁사의 공식 채널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회자되고 있는지, 파워블로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유튜브에서는 어떤 유튜버와 콜라보를 했는지, 포털 메인에 어떤 광고를 띄워놨는지 모두 살펴봐야 한다. 결국 디지털은 지극히 파편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세계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포스팅 하나로 디지털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여러 채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소셜의 기본은 위기관리. 위기가 일어나지 않게, 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는 일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단어 하나가 사과문까지 쓰게 만들고, 열심히 고심해서 고른 모델 하나 때문에 불매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게 디지털 세상이라, 하나의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기 전에 무수한 검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디지털은 신속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빠르게 판단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콘텐츠 하나를 내놓기 전에 어떤 점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젠더, 종교, 정치 이슈는 없는지, 과거 우리 브랜드의 과오를 떠오르게 하지는 않는지, 이 콘텐츠로 인해 어딘가 소외된 사람에게 더 큰 상처를 주지는 않는지, 저작권 초상권을 철저히 지켰는지 등등.
또,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회사의 누군가의 잘못으로 사과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가장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것이 소셜 쟁이들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온라인 동태를 살펴보고, 어떤 사과를 해야 하는지 그 방법과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그 어떤 잘못이라도 빠르고 정확하며 진정성 있는 대응은 대중들에게 용서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 문제의 발생원인, 현재 경과, 해결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소셜 쟁이들은 사과의 대상에 맞게 사과의 방식을 정해야 한다.
그냥 스마트폰 중독자가 되면 된다
이 세 가지를 통달하는 것이, 항상 디지털 세상의 모니터링을 생활화 하자는 것. 스마트폰 중독자가 될지라도 소셜 쟁이는 틈 나는 대로 커뮤니티와 포털, SNS를 뒤지며 건질 만한 아이디어는 없는지, 물 들어올 때 노 저을 타이밍은 아닌지, 우리 회사 욕하는 사람들은 없는지, 우리에게 불똥이 튈 일은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 게시글 하나, 댓글 하나까지 꼼꼼히 살펴보면서, 아이디어로 발전 혹은 리스크 사전 대응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참으로 하찮은 일 같으면서도, 브랜드 하나를 살리고 죽이는, 중대하고도 고단한 소셜 쟁이의 삶이다.
나는 소셜 쟁이로서의 포인트를 써본 것이지만, 사실 모든 업에 공통되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항상 일상에서 내 업을 연관해 아이디어를 내보고,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면서 내 견문을 넓히고, 그러면서도 실수와 예상치 못한 위기에 늘 신속정확하게 대응하는 것. 나도 항상 못 하는 것들이지만 마음에 새기고 있는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