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마케터, 크리에이터 다 해봤습니다

아리의 마케팅 노트 - 프롤로그

by 아리


시작은 마케터였다. 언론홍보부터 소셜마케팅, 심지어는 회사 홈페이지의 회사 소개서까지. 고객과의 모든 접점을 책임지는. 누구나 아는 회사에서 분리된 작은 계열사의 막내 마케터. 내가 이렇게 시작을 해서 그런지 사회생활의 첫 지점은 최대한 여러 업무를 겪어보는 게 정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업무는 그만큼 많지만 얕고 넓게 관련 분야의 경험을 해보고, 나에게 맞는 게 무엇일지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


그렇게 2년, 선무당이 사람 잡듯 소기의 성과도 내보고 크고 작은 실수와 폭망도 겪어봤다. 그러다 갑작스러운 합병으로 다시 모기업으로 들어가고, 나는 내게 가장 잘 맞았던 '소셜마케팅' 업무를 선택했다. 소셜마케팅은 참으로 기묘한 분야다. 한 없이 작다면 작고, 한 없이 커지려면 커지는 그런 업무다. 누군가는 하찮게 여기는 잡무들도 모두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마케팅 분야에서 10년 넘게 가장 핫한 장르이기도 하다.


'소셜마케팅', 더 크게 보면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이름 하에서 내가 해 본 일은 다음과 같다.

공식 채널 개설하기, 채널 운영방향 수립하기, 콘텐츠 업로드 일정 세우기, 콘텐츠 기획하고 제작하고 업로드하기, 채널 붐업 방안 구상 및 실행, 디지털 IMC 캠페인 기획, 이벤트 운영, 당첨자 추첨, 당첨자 정보 수합, 수합 시스템 개발, 경품 배송, 고객 CS 응대, 인플루언서 발굴, 서포터즈 프로그램 운영, 서포터즈들의 불만 질문 응대, 인플루언서와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제작에 필요한 장소 섭외 및 준비물 구비, 브랜디드 콘텐츠 기획, 웹드라마 제작, 디지털 캠페인과 연관된 오프라인 행사 운영, MCN 채널 기획, 버츄얼 유튜브 채널 기획, 매뉴얼 영상 기획 및 제작, 소셜 광고 집행 및 정산… 자세히 쓰지 않은 것들도 아직 많다.


이 과정에서 한 번에 몇 억, 일 년에 몇십억의 예산을 내 손으로 직접 집행했고 이 경험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 나름 회사에 감사한 마음도 가지고있다. 물론 대부분의 돈은 바닷물에 모래알 뿌리듯 사라져 버린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8년의 시간 동안 별의별 일을 다 했고 그 경험은 내 몸에 오롯이 남았다. 짬이 나면 언제나 소셜 채널 알람을 체크하고, 인기글을 확인하고, 새로 달린 댓글과 메시지함을 확인해 모든 반응에 반응한다. 내가 경험한 소셜마케팅 업무는 지극히 '무수리'스럽다.


그러다 문득 시작한 크리에이터. '유튜버나 해볼까'를 실천한 직장인이 여기 있다. 너도나도 10만 100만 구독자인 요즘 시대, 1만이 안 되는 영세 유튜버지만 나름의 자부심은 있다.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오로지 나를 위한 채널을 운영하고 싶어 나의 취미를 공유(라는 이름의 자랑)하는 채널을 만들었다.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자 익숙한 이름의 기업에서 협찬도 꽤 받았다. 육아휴직하면서부터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까지 손을 뻗쳐 당당히 크리에이터 혹은 작가라는 이름을 스스로에게 붙인다.


몇십억의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다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다가, 페이스북에 올릴 콘텐츠의 문구를 쓰다가, 우리와 협업해 콜라보 영상을 찍을 유튜버를 찾다가, 블로거에게 광고비를 입금하고 협찬 물품을 보내다가, 협찬을 받는 유튜버가 되었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내 경험을 적어나가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해 본 작은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일단,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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