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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아 조인순 작가 Sep 08. 2024

광란의 칼춤

  마트에 갔는데 꽃게를 세일하기에 톱밥이 들어 있는 꽃게를 한 상자 사 왔다. 필자는 꽃게가 죽은 줄 알고, 꽃게를 손질하기 위해 상자를 열었다. 그런데 꽃게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톱밥 사이에 있는 꽃게를 만지는 순간 꽃게들이 집게발을 벌리고 톱밥을 헤집고 기어 나왔다.


  “으악~ 으악~ 엄마야.”


  좁은 공간에 갇혀 있던 꽃게는 화가 났는지 커다란 집게발로 톱밥을 퍽퍽 퍼서 공중에 뿌렸다. 포클레인이 흑을 퍼 올리는 것처럼. 하얀 톱밥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순식간에 부엌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집게발로 미친 듯이 톱밥을 퍼 올리며 덤빌 테면 덤벼보라고 광란의 칼춤을 췄다. 서로 뒤엉켜서 집게발로 공격하기 바빴고, 싱크대에서 기어 나와 돌아다녔다.


  “엄마야, 어떡해, 어떡해. 이걸 어떡해?”


  너무 놀라서 필자는 톱밥까지 뒤집어썼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겁도 나고 무서워 이걸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냥 버리자니 버리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잡을 수가 없었다. 고무장갑을 끼고 잡으려 해도 장갑까지 뚫었다. 위풍당당하게 집게발로 일제히 톱밥을 이리저리 퍼 올리며 닥치는 대로 물었다. 하는 수 없이 필자는 꽃게에게 사정을 했다.


  “꽃게야, 미안한데 좀 죽어 주면 안 되겠니? 제발 좀 죽어 주라. 무서워 죽겠다.”


  누가 무서운 걸까? 꽃게일까? 필자일까? 필자는 그렇게 꽃게에게 사정을 했다. 아무리 사정을 해도 꽃게는 죽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꽃게는 더 활기차게 움직였고, 필사적으로 집게발을 벌리며 덤볐다. 필자는 꽃게를 사 온 것을 후회했다.


  부엌바닥에 흩어진 톱밥을 쓸어서 버리고 싱크대에 있는 꽃게를 쳐다봤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어 꽃게가 자연사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기어 나오지 못하게 바구니로 덮어서 움직이지 않게 눌러 놓았다. 이런 모습을 보고 아들이 한마디 했다.


  “엄마, 검객 맞아? 엄마가 꽃게를 잡는 게 아니고, 꽃게가 엄마를 잡고 있잖아.”

  “검객은 뭐 사람이 아니니? 무서운 건 무서운 거야.”

  “...?”


  꽃게는 바구니 안에서도 여전히 톱밥을 퍽퍽 퍼서 공중에 뿌렸다. 얼마나 기다려야 꽃게가 자연사할까?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꽃게를 건드려보니 움직이지 않았다. 광란의 칼춤도 멈추었다. 그래도 가끔씩 움직였다. 움직이는 꽃게를 만지다가 또다시 기겁을 했다. “으악, 엄마야.” 무서워, 무서워, 정말 무서워. 다시는 살아 있는 꽃게를 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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