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미학

by 루아 조인순 작가

짙은 어둠이 문밖에 서 있을 때

늦은 저녁을 챙겨

밥 한술을 떠서 내 몸에 비웠지

몸 안으로 들어간 밥

소우주가 되어 벼의 숨소리 들렸지

개구리 울어대는 밤이면

들바람에 몸을 흔드는 벼

천둥번개가 치는 밤이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리고

태풍과 비바람에

고개를 숙이는 겸손은 몸에 뱄지

온몸을 갉아먹는

해충에 괴로워 비명을 지르고

병충해로

독한 농약을 먹고 죽은 듯이 잠을 잤지

농부의 따스한 손길에 얼굴을 비비고

뜨거운 여름햇살에 일광욕도 했지

배고픈 새들에게 낱알도 나누어 주고

허수아비 보초 서는 들녘에서

귀뚜리의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별들이 여행하는 밤을 보내고

달이 주기를 바꿀 때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단단해진 몸을 갈무리하는 벼

벼는 쌀이 되고

쌀은 밥이 되어

소중한 내 몸이 되는 한 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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