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나다 어원

by 죽계

동 나다 어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표현 중에 ‘동 나다.’, 혹은 ‘동이 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일정한 공간이나 상황에서 무엇인가가 많이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인해 모두 없어져서 텅 비게 되었다는 뜻으로 쓰인다. ‘동-나다’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물건 따위가 다 떨어져서 남아 있는 것이 없게 되었다”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더 폭넓게 쓰이는데, 물건뿐 아니라 추상적인 것들이 없어져서 빈 상태로 된 상황에서도 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와는 서먹서먹한 사이라서 만난 지 10분도 안 돼서 이야깃거리가 동났다’와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표현은 ‘동+(이)+나다’의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주어에 해당하는 ‘동’의 뜻이 무엇이며, 어떤 어원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동’의 뜻에 대해서는 ‘비다’ 정도로만 이해할 뿐 이것의 어원이나 정확한 뜻을 알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동’이란 말이 여럿 실려 있는데, 비슷한 것조차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굳이 무리해서 연결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면 윷놀이에서 말을 세는 단위, 혹은 말이 첫 밭에서 끝 밭을 거쳐서 나가는 것을 세는 단위로 쓰이는 ‘동’을 들 수 있는데, 이것과 ‘동 나다’를 직접적으로 이어서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어서 이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동 나다’의 어원에 대한 접근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순우리말로 보고 그 유래를 찾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한자어에서 뿌리를 찾아 보는 것이다. 이 표현을 순우리말로 보았을 때는 어떤 경우에도 ‘비어 있는 상태’라는 뜻으로 쓰인 예를 찾을 수 없다. 현대어는 두말할 것도 없고 어떤 옛 문헌에서도 이런 사례를 발견할 수 없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자료 중에는 윷놀이에서 말을 지칭하는 말에 ‘한 동’, ‘두 동’ 등의 표현이 있다는 점을 들어 ‘동 나다’에서 ‘동’은 ‘덩어리’라는 뜻으로 쓰는 우리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동 나다’와 연결될 수 있는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서 정설로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다’, ‘비어 있다’ 등의 뜻을 가진 것이면서 ‘동’으로 발음 날 수 있는 글자를 한자에서 찾아보면 ‘洞(고을 동)’이란 글자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글자는 ‘水(물 수)’와 ‘同(한가지 동)’이 결합한 것으로서 물이 모여서 급하게 흐른다는 뜻을 기본으로 한다. 그 뒤에 의미가 확장되어 ‘구멍’, ‘움푹 들어간 곳’, ‘빈 곳’, ‘텅 빔’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땅이나 바위 등이 깊숙이 패어 들어가 있는 것을 굴(窟)이라고 하는데, 속이 비어 있는 상태의 굴을 ‘洞窟’ 혹은 ‘洞穴’이라고 한다. 여기에 ‘洞’을 쓰는 이유는 ‘비어 있다는 점’을 강조해서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洞’이라는 글자는 무엇인가가 있다가 없어져서 비어 버렸다는 상태를 나타내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동사(動詞)인 ‘나다’는 우리말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그야말로 아주 다양한 뜻을 가진 낱말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 ‘동 나다’에 가장 걸맞은 것으로는, ‘어떤 작용에 따른 효과, 결과 따위의 현상이나 사건이 이루어져서 일어나거나 나타난다’라는 뜻을 꼽을 수 있다. ‘결론이 나다’, ‘능률이 나게 일하는 방법을 찾다’ 등과 같은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는데, 모두 일정한 상태, 혹은 상황이 변해서 다른 상태나 상황으로 된 것을 의미한다. ‘동 나다’라는 표현이 물건이나 다른 어떤 것이 있다가 없어진 상태를 지칭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동 나다’가 쓰이는 경우를 보면, 첫째, 물건 따위가 다 떨어져서 남은 것이 없게 됨, 둘째, 이야기 밑천이 모두 떨어져서 말할 만한 것이 없게 된 상태, 셋째, 식량 등의 먹거리가 다 떨어져서 먹을 것이 없음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동 나다’는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추상적인 것들까지를 모두 포함하여 무언인가가 있는 상태였다가 그것이 사라져서 없어진 상태를 강조할 때 주로 쓰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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