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용기
동생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지 몇 개월이 지났다.
약을 잘 챙겨 먹고, 엄마와 내가 곁을 지킨 덕분일까.
예은이는 조금씩 기력을 되찾았다.
어느 날, 면접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서울의 큰 병원, 간호사라는 꿈.
좋은 기회였지만, 엄마와 나는 걱정이 앞섰다.
몸도 마음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아이를
낯선 곳에, 홀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그럼에도 예은이는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고,
우리는 조용히 응원하며 배웅했다.
근무 시작 전 교육 기간이 시작되자
동생은 매일 밤 전화를 걸어왔다.
“죽고 싶다”는 무서운 말들 사이에
“아니야, 나 할 수 있어. 조금만 더 버텨볼게.”
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곤 했다.
그리고 열흘쯤 지났을까.
저녁 7시 무렵, 예은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나 좀 살려줘. 데리러 와줘.
지금은 정말 못하겠어. 여기 있을 수가 없어.”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운전에 능숙하지도 않은 내가
차키를 움켜쥐고 무작정 서울로 향했다.
“지금 가고 있어. 걱정 마.
혼자 있는 시간 조금만 견뎌줘.
불러줘서 고마워. 언니가 데리러 갈게.”
대전에서 서울까지 가는 길,
내내 동생의 얼굴을 떠올렸다.
울고 있지는 않을까, 다치지는 않았을까.
가슴이 조여 왔다.
도착했을 때,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내 동생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언니!!! 언니는 정말 내 구원자야!!!”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예은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내고 있구나.’
짐을 차에 싣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말없이 음악을 들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이었다.
간호학과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서울의 큰 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내 동생은 그걸 포기했다.
포기해줘서 고마웠다.
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던 용기에
나는 마음 깊이 감사했다.
포기는 실패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용기라는 걸
예은이를 통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