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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Aug 30. 2024

수태기가 왔나?

힘을 빼자.

열정 넘치는 모든 일이 다 한 번씩 권태기가 와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운동도 일도 일상도 반복되니 아무리 대단한 열정러라도 누구든 그러하리라~

수영인들은 다 아는 단어 "수태기" 임신을 뜻하는 수태(受胎)와 발음이 같아서 일반인들은 헷갈릴 만한 단어다!

열심히 해도 실력이 안 늘기만 하는 느낌이고 강습 45분을 너무 숨이 차서 앞사람과 속도를 따라가기 힘들어서 수업 전 심장이 떨리고 조바심이 났다.

그 좋아하던 수영장을 안 갈 핑계를 찾게 되고  그러면서 그 반에 적응하고 실력이 느는 과정이라고 위로를 받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보다 후퇴하는 내 실력에 힘이 빠진다.

수태기가 왔나?

모든 운동은 힘을 뺄 줄 알면

그때부턴 하산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정확히는 힘을 줄 땐 주고 뺄 땐 뺄 줄 알아야

힘을 아껴서 오래도록 운동할 수 있다.

운동이라면 뭐든 해보고 싶어 하고 땀 흘리는 걸 좋아하기에 얻은 결론은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힘을 줄수록 체력은 안되고 몸은 아프고 실력은 제자리인 것 같아 수영장 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가 된다.

잘하려는 욕심이 들어가는 순간 힘도 같이 들어가니 세상사 욕심을 내려놓듯이 내려놓아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힘 빼기!!

머리는 고정하고, 힘을 빼고 부드럽고 유연하게

팔을 저으면서도 슝슝 앞으로 나가는 우리 반

물고기들을 보며 너무 부러웠다.

반면 나는 25미터 턴만 하면 속도가 급격히 줄어

호흡이 달렸다.

과호흡이 되지 않게 몸의 숨을 다 뱉지 말고 

조금만 뱉고 들이쉬라는데 숨이 차니 나도 모르게

숨을 한껏 들이쉬었다.

그런데 물고기인 그들은 턴 할 때 힘을 빼고

쉬는 타임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몸을 유선형으로 만들고 힘을 빼서 쭉 그냥 나가는

걸 느끼기까진 나는 아직도 멀었나 보다.


턴힐 때 힘이 아직 많이 들어가는지

속도는 현저히 줄고 호흡이 급 달려 물 밖으로 나오기 바쁜데..

실제로 숨 쉬려고 턴 하자마자 잠깐 유선형을 유지하고 곧장 물 밖으로 나와버린다.

아마 25미터가 끝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거기까지 가면 쉴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기에 25미터가 아직은 한계인 것 같기도 하다.

마음먹은 대로 하루아침에 되진 않겠지만

평생 할 운동이라 마음먹고 천천히 하나씩 이루리라.


수태기 극복에 가장 고마운 이는 우리 반 회장님이다.

나보다 한 살 어린 날씬한 아가씨인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나 싶게 말랐지만 유연하고 빠른 수영의 대가이다.

늘 자세교정을 봐주고 내가 볼 수 없는 물속 내 자세를 정확하게 집어서 어떤 근육을 써야 하는지까지를 섬세하게 알려주기에

강사님만큼 신뢰의 대상이다.

설명을 상세하게 해 줄 수 있는 건 타고난 능력인 것 같다. 알아도 쉽게 말로 설명해서 고칠 수 있게 하는 건 어렵던데.

그런 회장님의 칭찬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 오늘도 허리에 힘을 빼고 플랫접영을 계속해서 연습했는데 마지막에 들은 칭찬은 오늘도 행복하게 도전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물리치료사라 그런지 근육을 푸는 방법부터 마사지, 각 영법에서 물 잡을 때나 발차기할 때 쓰는 근육을 알려줘서 길게 계속해서 수영하게 한다.

칭찬이라는 구속의 연속이다. 나는 이를 칭찬의 긍정적인 덫이라고 표현한다.

그녀가 나오는 날은 확실히 운동량이 많아진다.


손은 수면에 평평하게 두고 가슴을 밀며 캐치동작을 할 때 다리는 안 찬다 생각하고

모으는 데만 집중하고 힘을 뺐더니 접영 25미터는 확실히 전보다 수월하게 다.

드디어 접영 팔과 다리가 박자가 맞는 느낌이랄까

수태기 극복을 위해 강습 없는 화목에 쭉 연습을 하는 중이다.


요즘은 월수금 강습 때 배운 걸 복습하기 위해서도 화목 수영을 안 빠지고 가려고

노력한다. 어제 배운 자유형 하이엘보 자세는 수영을 처음 배울 때 팔 꺾기 때 배웠는데 연수반에서 다시 하니 새로웠다.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수태기 극복을 위한 또 다른 방법은 불안과 비교에서 오는 조바심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이유는

수력이 오래된 분들과 같이 강습 때 따라가기만도 벅차서 비교본능 때문에 나 자신이 너무 작아져서 수태기가 온 것이다.

어차피 평생 할 운동인데 포기하지 않고 물에서 시원하게 논다 생각하고 매일 조금씩 하루에 한 가지씩 영법 훈련을 해야겠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 아무것도 없으니까..


생각 없이 물을 저으면 힘만 들고 동작 하나라도 제대로 하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하면 몸이 기억하는 것이니

천천히 하나씩 오늘도 포기란 없다.


그다음으로 수태기 극복의 깨알 방법은 강사님 바꿔보기, 아래 반으로 다운그레이드하기, 수영복 핫한  나한테 선물하기 등의 방법이 있다.


몇 년을 했어도 아직 배울 게 많다는 건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 아직도 한없이 많이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내 한계는 내가 정하는 것이기에...

나에게 한~ 계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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