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병은 ‘과잉’에서 온다

by 이강주

현대인의 식탁은 넘쳐나는 음식으로 가득하다. 하루 세 끼는 기본이고, 간식과 야식, 음료와 디저트까지—마치 ‘쉼 없이 먹는 일상’이 당연한 것처럼 굳어져 버렸다. 풍요는 축복이지만, 지나친 풍요는 때론 독이 된다. 우리는 몸이 충분히 포화되었음에도 멈추지 못하고, 그 과잉의 흐름 속에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많은 만성 질환과 피로, 정서적 불균형이 바로 이 ‘과잉’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과식을 만병의 시작으로 경계해 왔다. 『동의보감』은 “비위가 상하면 모든 병이 생긴다”라고 하였고, 이는 단지 위장 기능에 국한된 말이 아니다. 과식은 소화를 방해하고,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음식은 담과 습이 되어 장부의 기능을 흐트러뜨린다. 기혈의 순환이 막히면 피로와 통증, 염증, 심지어 마음의 어지러움까지 다양한 증상이 이어진다.


서양의학 역시 이 흐름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당과 정제된 탄수화물이 중심이 된 식단은 혈당을 급격히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며, 결국 당뇨와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진다. 염증은 더욱 깊어지며 지속되고, 이는 조직 손상과 면역 기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우리가 매일같이 즐기는 자극적인 음식들—짠맛, 단맛, 기름진 맛—이 쌓이면, 간과 신장은 끊임없이 독소를 처리하느라 지치고, 그 피로는 피부 트러블과 만성 통증, 두통, 무기력으로 나타난다.


몸속 세포 역시 고달프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에너지 과잉 속에서 세포는 자가포식 기능을 멈추고, 오래되고 손상된 물질을 제거하지 못한 채 노폐물을 쌓아간다. 노화가 빨라지고, 회복은 더뎌지며, 면역력은 점점 약해진다. 문제는 이것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느 날 문득,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와 짜증, 집중력 저하, 무기력함이 밀려오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몸이 보낸 경고를 뒤늦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잉의 정점에는 감정이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음식을 찾고, 감정의 공허함을 음식으로 메우려 한다. 단맛은 위로가 되고, 자극적인 음식은 감정의 방향을 잃게 해 준다. 그렇게 시작된 식습관은 어느덧 감정과 연결된 자동 반응이 되고, 우리는 그 속에서 음식에 끌려다니는 삶을 살게 된다.


이제 그 흐름을 멈춰야 할 때다. 몸이 말하는 진짜 욕구를 듣기 위해선, 더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야 한다. 단식은 단순한 절식이 아니다. 그것은 몸과 마음에 여백을 주고, 내면의 질서를 되찾는 ‘비움의 의지’다. 하루 단식은 소화기관에 쉼을 주고, 간과 신장에 휴식을 제공하며, 몸속에 쌓인 담과 습, 독소와 노폐물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낸다.


단식은 또한 세포가 다시 자가포식을 시작하게 만드는 계기이자, 인슐린 감수성을 회복하고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촉매다. 이 모든 생리적 변화는 몸이 다시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는 자연스러운 순환의 회복 과정이다. 단 하루, 단 한 끼의 단식으로도 우리는 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식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왜 이렇게 먹고 있는가?”, “내 몸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지금의 식습관은 나를 회복시키는가, 소진시키는가?” 그 질문에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우리는 단식을 통해 다시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운다.


몸은 많은 것을 견디지만, 그만큼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그 말을 듣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비움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식사 리듬을 멈추고 하루의 공백을 만들어보라. 그 한 끼의 단식이, 당신의 몸과 마음, 삶의 흐름을 되돌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단식은 절제가 아닌 회복이고, 비움은 결핍이 아닌 선택이다. 이 조용한 선택이야말로, 진짜 건강을 향한 가장 지혜로운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