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28)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백색의학은 제약회사의 하수인이다: 『위험한 제약회사』


00. 녹색의학·녹색의사를 깨움

『위험한 제약회사』를 덮고 다홍색 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윗부분은 희고 아랫부분은 파란 캡슐 화학합성물질이 가운데 오뚝하니 자리 잡고 있다. 새삼 섬뜩한 느낌이 든다. 나는 책을 집어 들고 일어나 환자 대기실로 간다. 환자들이 앉아 기다리며 TV를 시청하거나 신문을 읽곤 하는 탁자 위에 책을 놓는다. 환자들이 이 책을 반색하며 읽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어느 신도가 자기 종교 고발 서적을 선뜻 집어 읽겠는가. 다만 환자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이 책이 반드시 있어야 하겠기에 놓을 따름이다.

읽고 주해 리뷰를 쓰는 두 달 동안, 이 책을 끼고 살았다. 표지만 봐도 기분이 싸해지는 책을 매일 아침 열어 다시 읽고 글을 쓰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도끼눈으로 살아온 한 세월도 무력감이 동반되면 졸지에 회한으로 남을 뿐이니 그에 잇닿은 남은 시간도 시난고난 앓다 는적는적 허물어지지 않을까 근심도 들었다. 남은 날은 알 수 없다. 그저 반걸음 앞을 보고 한 걸음 내디디며 갈 뿐이다. 내맡기는 삶에서라도 애씀은 피할 수 없다. 노닐면서도 싸워야 한다. ‘주먹 쥐고 일어서서.’

안다. 이 싸움이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는 사실. 상대는 가히 초월적 권위를 지닌 존재다. 조그마한 사람들이 느끼는 소름 돋는 공포는 이런 거다. 신뢰하는 양육자며 든든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어느 날 밤 아이 가방을 열어 일기장을 들여다본다. 그 모습을 목격한 고등학생 딸 심정을 짐작해볼 수 있겠는가. 그 심정을 지닌 채, 싸울 수 있겠는가. 싸울 수 없다. 싸울 수 없어서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하면 끝이니까.

내 인생에서 내가 스스로 끝낼 때까지 끝날 일은 없다. 끝내 녹색의학·녹색의사를 깨워 제국주의에 맞선 전사로 부르련다. 아니면 말고는 말이 아니다.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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