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학 이야기(59)

-반제국주의 서사 의학-

by 강용원

녹색의학은 여성이 남성과 다름을 인정하는 의학이다: 『이브의 몸』


2(2).

“세로토닌 농도가 떨어지면 여성은 의기소침해지고 근심, 걱정에 잠기며 안으로 숨는데, 남성은 술을 마시고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따라서 부부가 둘 다 우울증을 앓아도 부인과 남편 증세는 현저히 다르다. 남편 경우 음주량이 증가하고, 평소와 달리 성질이 급해지며 난폭해질 수 있다. 한편 부인은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거나 사람이 많은 백화점 같은 곳에서 공황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33쪽)

본인도 주위 사람도, 심지어 의사도 “성질이 급해지며 난폭해”지는 남성, “사람이 많은 백화점 같은 곳에서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여성을 보고 같은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전자는 혹시 간헐폭발장애(속칭 분노조절장애), 후자는 말 그대로 공황장애 가능성을 생각하기 쉽다. 여성과 남성 세로토닌 부족으로 드러내는 증상이 이토록 판이하다는 사실도 놀랍거니와 두 가지 모두 우울장애 증상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조금 더 생각한다. 공격성이나 난폭함과 공황 발작은 전혀 다른 증상인가? 사실 이 두 증상의 뿌리는 같다. 공포가 바로 그 뿌리다. 전방위, 전천후로 확산한 공포가 불안이고 고강도 불안이 바로 공황이다. 난폭한 행동이나 공격은 공포 방어기제다. “겁먹은 개가 크게 짖는다.” 전자는 즉자적 반응이고 후자는 대자적 반응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삶 조건에 연속적 자세를 취하는 여성과 불연속적 자세를 취하는 남성 간 차이와 맞물린다.


이런 통찰보다 중요한 사항이 있다. 공포 반응을 우울증으로 파악하는 이치는 무엇인가? 미국정신의학회가 우울장애를 기분장애로 보는 견해를 버렸다고 하지만, 우울장애라는 이름은 여전히 기분 상태를 가리키고 있다. 우울장애는 자기 가치를 불신·폄훼하는, 마침내 존재 자체를 거부·부정하는 복합적인 정신·신체 상태다. 나는 이를 자기부정증후군이라 부른다. 자기부정증후군 날개 아래 공포·불안이 깃드는 일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백색의학은 여성과 남성 차이를 통해 진실 전체상을 포착하는 데 실패한다. 백색의학은 진실 전체상에 비대칭 대칭이 존재한다는 점을 여성과 남성 차이로써 포착하는 데 실패한다. 백색의학은 달리 해야 할 치료, 같이 해야 할 치료를 혼동한다. 녹색의학은 이쪽에서 저쪽 진실을, 저쪽에서 이쪽 진실을, 함께 알아차린다. 녹색의학은 양극을 가로지르며 휘돌아 회통한다. 녹색의학은 우울장애를 ‘마음의 감기’라고 조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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